“리옌훙(李彦宏) 바이두(百度) 회장이 이달 초 중국 상무부 투자촉진국에 포럼 연사에 꼭 포함시켜 달라고 강력히 요청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이번 포럼이 중요했던 거겠죠.”
6일 KOTRA 중국사업단 관계자가 전한 말이다. 4일 서울 중구 동호로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중 경제통상 협력포럼’ 중 양국 경제관련 국가기관 및 민간기업 관계자들이 모인 2부 행사와 관련한 얘기다.
리 회장은 이날 ‘이인동심 기력단금(二人同心 基力斷金·둘이 힘을 합하면 쇠도 끊을 수 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란 양국 속담까지 언급하면서 한중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319억 위안(5조1000여억 원)의 매출액을 올린 중국 최대 인터넷 포털 바이두의 적극적인 행보는 본보 등 국내 매체들이 특히 주목했다.
리 회장에 이어 세계 9위 은행인 중국은행의 톈궈리(田國立) 회장, 중국 최대 저압전기 장비 생산업체인 정타이(正泰)그룹의 난춘후이(南存輝) 회장 등이 무대에 올랐다. 이들 중국 기업인은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인사들이다.
그러나 한국 측을 대표해 연단에 오른 인사들은 오너나 최고경영자(CEO)급이 아닌 실무자들이었다. 민간기업 인사로는 아모레퍼시픽에서 중국 사업을 총괄하는 김승환 상무가 유일했다. 국책 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원장도, 본부장도 아닌 중국사업팀장을 연사로 내보냈다. KOTRA가 막판까지 본부장급 인사가 나와 줄 것을 부탁했지만 KIEP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시장이자 한국 경제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다. 이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방한으로 국내 기업들은 중국 사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됐다. 중국에 수십 번을 가도 만나기 힘든 중국 최고위 경제 관료들과 내로라하는 기업의 오너 및 CEO 수백 명이 스스로 안방을 찾아왔다.
한국 측의 ‘격에 맞지 않는’ 연사 선택이 아쉬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중국 인사들이 한국 측의 협력 의지에 의구심을 갖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리 회장 등 중국 대표 기업가들이 굳이 연사로 나서서 한국 측에 메시지를 던진 이유에 대해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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