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이 국내에 들어오고부터 가입자가 줄더니 주가는 반 토막이 났습니다. 필사즉생(必死則生·죽기를 각오하면 산다)의 각오로 지른 것이 롱텀에볼루션(LTE)입니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지난달 24일 인터뷰에서 3년 전 LTE 서비스를 가장 빠르게 선보이게 된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이날 이 부회장은 ‘스타 벤처’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마이리얼트립’의 이동건 대표 및 ‘스타일쉐어’의 윤자영 대표와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이날 대화는 이 부회장이 본보의 ‘LTE 3주년’ 인터뷰 요청에 “틀에 박힌 인터뷰보다 젊은 사업가들과 경영철학을 공유하는 자리를 갖고 싶다”는 의견을 개진하면서 이뤄졌다.
이 부회장이 “내가 먼저 기자가 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기자라기보다는 멘토나 투자자에 가까워 보였다. 스타일쉐어는 사용자들이 직접 콘텐츠 제작자 겸 소비자가 되는 패션 정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마이리얼트립은 기존 패키지여행의 단점을 제거하면서도 전문 가이드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온라인을 통해 가이드와 여행자를 중개하는 서비스를 내세우고 있다. 이 부회장은 두 벤처의 사업 모델을 듣더니 “가이드의 전문성은 어떻게 확보하나” “핀터레스트(사진 공유 SNS)에서 영감을 얻은 것인가, 광고만으로 돈을 벌 건가” 등을 꼬치꼬치 캐물었다. ▽이상철 부회장=대부분 사업가들이 고객을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끝까지 알 수 없는 게 그들이다. 고객을 잘 이해한다고 생각하나.
▽이동건 대표=쉽지 않다. 처음에는 20, 30대를 주 고객으로 잡았는데, 실제로는 40대 연령층이 많이 찾는다. 돈을 더 내더라도 편안하고 안전하게 양질의 여행을 가려는 수요가 그들에게 더 있기 때문이다.
▽윤자영 대표=처음에는 내가 쓰고 싶은 서비스를 기획했는데 가입자가 100만 명을 넘어서고부터는 서로 간 거래하다 불상사가 생기거나 특정 가입자를 시기하는 일이 생기기도 하는 등 SNS는 가입자 규모에 따라 고객 간의 관계도 달라지더라.
▽이 부회장=우리도 마찬가지다. LG유플러스 서비스 개발자들에게 ‘내가 고객이라면 이 서비스를 사용할 것인가’라고 써 붙이게 했더니 스스로 접는 서비스들이 많았다. 그만큼 고객을 이해하는 건 어려운 것 같다.
여러 차례 문답이 오간 후 포지션을 바꿨다. 이동건 대표가 “이동통신 시장에서 LG유플러스는 경쟁사에 뒤진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많이 달라졌다”며 “어떻게 ‘3등 기업’ 이미지를 극복했나”라고 물었다. ▽이 부회장=시장 점유율에서 앞서 나가는 것보다 무언가 앞서 나가 있는 회사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사실 부임 초창기부터 어려움이 있었다. 기술 방식 문제로 도입이 불가능한 아이폰이 국내 경쟁사를 통해 출시되면서 가입자가 줄기 시작했다. 8000원대까지 오른 주가도 4500원대로 떨어진 적이 있었다. ‘우리 회사 망하는구나’ 생각이 들었고, 죽기로 질러보자고 시작한 게 LTE다. 9개월 만에 전국망을 완성했는데 한 달에 1만1000개, 하루 300∼400개의 기지국을 까는 강행군이었다. 당시 ‘역사는 바뀐다’는 광고 문구를 내걸었는데, 사실 우리 스스로의 다짐에 가까웠다. 다행히 잘된 것 같다. ▽윤 대표=정보통신부, KTF, KT, 광운대 등 여러 조직의 수장을 거쳐 LG유플러스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했다. 조직마다 시스템이 다르고 문제점이 다른데, 어떤 리더십을 추구하는가.
▽이 부회장=관습, 패턴 같은 것을 따지면 아무것도 못한다. 리더의 스타일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 내 스타일은 수성보다는 혁신에 가까운데, 여기서도 똑같이 했다. ‘관습을 깨부수자는 의미에서 ‘탈(脫)통신’을 내걸었다. 다행히 ‘꼴찌’라서 잃을 게 적었다.
▽이 대표=기업을 경영하면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이 부회장=제일 무서운 것이 ‘장사 좀 된다’는 생각이 들 때다. 그때가 바로 내리막길이 시작되는 때일 수 있다. 언제든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또 작은 위험 요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가끔 CEO 대상 강의에 나가서 중소기업 경영자분들에게 틈틈이 직원용 화장실을 가보라고 얘기한다. 만약 어느 날 화장실이 평소보다 더럽혀져 있다면 위험한 때다. 직원들 마음이 회사를 떠나 있다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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