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2분기(4∼6월)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하반기(7∼12월)에는 전 사업부문에 비상을 걸 계획이다. 2분기 실적이 나빴던 스마트폰 사업부문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실적이 좋았던 반도체, TV, 생활가전 등 모든 사업부에 대해 ‘실적 끌어올리기’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얘기다. 2분기 반도체 부문은 2조 원대, TV·생활가전 부문은 400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시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하반기에 ‘갤럭시노트4’와 애플 ‘아이폰6’ 같은 신제품이 나오는 만큼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세계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인수합병(M&A)과 구조조정 등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이른바 ‘빅3’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제살 깎아먹기 경쟁이 줄어든 것도 호재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는 3분기(7∼9월)와 4분기(10월∼12월)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반도체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생활가전 쪽에선 꾸준히 시장 규모가 커지는 초고화질(UHD) TV와 본격적인 글로벌 판매가 시작된 프리미엄 주방제품인 ‘셰프 컬렉션’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세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하반기에는 가전제품 시장의 긍정적인 추세를 살리며 스마트폰 분야에서는 제품 라인업을 다양하게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전자업계와 정보기술(IT) 전문가들 사이에선 삼성전자가 2000년대 들어 특정 사업부가 어려움을 겪으면 다른 사업부를 통해 위기를 극복한 전례가 여러 차례 있었던 점을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0년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6조4400억 원으로 전체 이익의 70% 정도를 차지했지만 2001년에는 3700억 원으로 고꾸라졌다. 하지만 그해 휴대전화 판매가 급증하면서 반도체 부문 실적 하락을 만회했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가가 터졌을 땐 반도체 부문이 4분기와 2009년 1분기에 연속 적자를 냈다. 애플이 아이폰을 앞세워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로 떠오르면서 휴대전화 부문도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발광다이오드(LED) TV를 앞세워 위기를 돌파했다. 2009년 2분기 영업이익 2조6700억 원 중 TV를 담당하는 디지털미디어 사업부문이 1조1600억 원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2010년 세계 가전제품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전사업 부문에서 2300억 원의 적자를 냈을 땐 반도체가 3조42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성장을 이어갔다.
원유집 한양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삼성전자는 반도체 같은 핵심 부품부터 스마트폰, TV, 생활가전 등 다양한 완제품까지 잘 짜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활용해 위기를 극복해왔다”며 “경쟁 기업들이 쉽게 따라하기 힘든 삼성전자만의 노하우”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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