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파업으로 생산 손실이 또 발생한다면 그에 따른 결과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일 겁니다.”
한국GM의 세르지오 호샤 사장은 7일 이 같은 내용의 e메일을 노조원들에게 보냈다. 2012년과 지난해에 파업 때문에 각각 4만8000대와 3만5000대의 생산차질을 빚은 한국GM은 올해도 장기간 파업이 발생하면 제너럴모터스(GM) 본사로부터 생산 물량을 추가로 확보하기가 힘들어진다.
하지만 한국GM 노조 측은 8일 파업 찬반투표에 들어가며 “회사는 향후 10년 이상을 내다보며 신차 프로젝트를 포함한 경영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회사 경영과 관련된 사안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국내 주력 업종의 2분기(4∼6월) 실적이 크게 악화된 가운데 하투(夏鬪)를 앞둔 노동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특히 올해는 기업들이 통상임금 범위 확대와 정년연장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전선을 펼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고용노동부가 매달 발표하는 임금결정현황조사(옛 임금교섭타결현황조사)에 따르면 5월 말까지 임금교섭 타결률은 10.7%에 그쳤다. 100인 이상 사업장 10곳 중 1곳만 임금협상을 마무리 지었다는 얘기다. 20%를 웃돌던 2000년대 중반보다 10%포인트 이상 낮은 수준이다. 22일 민주노총의 동맹파업이 예정된 가운데 노사 간의 갈등이 올 하반기(7∼12월) 산업계 최대 현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온건파로 분류되는 이경훈 지부장이 지난해 노조위원장에 당선되면서 올해는 임금협상이 비교적 원만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현대차 노조와 사측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임협 초반부터 노사가 각자의 요구안보다 통상임금 확대라는 노동계의 공동 요구안을 둘러싸고 큰 견해차를 보인 탓이다. 노조는 “무엇보다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 휴가비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요구안이 관철되지 않으면 투쟁을 불사하겠다”고 나섰지만 회사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노조가 연대해 통상임금 확대를 요구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 노조들은 16일 본사 상경 투쟁을 계획 중이다.
4일 찬성률 90.7%로 파업 찬반 투표를 가결한 르노삼성자동차 노조는 통상임금 문제와 함께 회사 측의 단협 사항 불이행을 문제로 들고 나왔다. 회사가 강제퇴직을 일방적으로 실시하면서 조합원들의 희생을 지나치게 강요한다는 것이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비정규직 이슈와 통상임금 문제 등에 대해 사측과의 의견 차가 커 지난해에도 가장 먼저 파업을 결의했다.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0% 이상 줄어들 정도로 실적이 부진한 현대중공업은 노사 문제까지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까지 19년 연속으로 무분규 타결을 이뤄내 노사관계의 모범사례로 꼽혀왔다. 하지만 강성으로 분류되는 정병모 노조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올해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노조는 현재 기본급과 성과급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고 회사는 휴일노동에 대한 임금과 연차수당 축소 등을 내걸고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그룹 내의 3개 회사 노조가 공동으로 통상임금 범위의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노조 집행부 측은 “최선을 다해 협상하되 회사가 조합원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중대한 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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