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잭팟… 사상최대 47억달러 따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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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가스전 개발 ‘야말 프로젝트’… 쇄빙용 LNG 운반선 15척 수주

대우조선해양이 ‘잭팟’을 터뜨렸다. 세계 조선업계 사상 최대 규모인 47억4000만 달러(약 4조7969억 원) 규모의 러시아 ‘야말 프로젝트’ 수주전에서 최종 승자가 된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8일 캐나다 티케이-중국 CLNG 합작사와 17만 m³급 쇄빙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6척, 일본 MOL-중국 CLNG 합작사와 같은 사양의 운반선 3척을 건조하는 본계약을 각각 맺었다. 이 배는 길이 299m, 폭 50m로 척당 가격이 3억1600만 달러(약 3198억 원)에 이른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3월 러시아 국영 선사 솝콤플로트와 같은 프로젝트에 투입될 1호 쇄빙 LNG선을 건조하기로 계약한 데 이어 연말까지 추가로 5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 전인미답의 세계에 들어서다

야말 프로젝트는 러시아 서쪽 야말로네네츠 자치구 야말 반도의 ‘사우스탐베이’ 가스전에 매장된 1조2500억 m³의 천연가스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러시아 최대 민영 가스기업 노바테크와 프랑스 토탈, 중국 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가 공동 설립한 ‘야말LNG’는 이 사업에 최대 200억 달러(약 20조240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야말LNG는 연간 1650만 t씩 생산될 천연가스를 북극항로로 운송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솝콤플로트, 티케이-CLNG 합작사, MOL-CLNG 합작사 등 3개 선사와 운송 계약을 체결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선사들이 발주한 쇄빙 LNG선 15척을 한꺼번에 수주하는 개가를 올린 것이다.

특히 쇄빙 기능을 가진 대형 LNG선은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배다. 권오익 대우조선해양 상무(기본설계1팀장)는 “1년 내내 북극항로를 오갈 수 있는 LNG선 건조는 ‘전인미답의 세계’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며 “2008년부터 북극 기술 개발에 매진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1년 8월 프로젝트 발주 당시부터 수주 ‘0순위’로 꼽혔다. 그해 4월 북극 포럼이 열린 핀란드에서 두께 2.1m의 얼음을 뚫고 전후진이 가능한 최첨단 쇄빙 기술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의 모형 LNG선(실물의 36분의 1 크기)은 두꺼운 얼음을 깨면서 눈 깜짝할 사이에 100m 이상을 주파했다. 해외 선사 관계자들은 일제히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렸다.

대우조선해양이 만들 쇄빙 LNG선은 프로펠러 대신 ‘아지포드(Azipod)’라 불리는 15MW(메가와트)급 초대형 추진기 3개를 장착했다. 이제까지의 쇄빙선들이 보통 얼음 위에 올라탄 뒤 배 무게로 얼음을 눌러 깨는 방식이었다면, 이 배는 강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얼음과 정면으로 부딪쳐 깨뜨린다. 또 영하 52도에서도 모든 장비가 정상적으로 작동되도록 설계됐다. 선체는 30∼40mm 두께의 초고강도 강판으로 무장했고 특히 얼음과 정면으로 맞닿는 부분의 강판 두께는 70mm나 된다. 일반 선박은 평균 20mm 두께의 강판을 쓴다. 선가가 일반 LNG선보다 50% 이상 비싼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100년 같았던 최근 1년

야말 프로젝트의 LNG선 수주전에는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국내 ‘빅3’는 물론이고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가와사키중공업, 러시아 국영 조선사 USC 등 내로라하는 조선소들이 총출동했다. 쇄빙 기술을 앞세운 대우조선해양은 2년에 걸친 경쟁 끝에 지난해 7월 야말 측과 단독으로 선표예약계약(SRA)을 맺는 데 성공했다. SRA는 배를 건조하는 것을 전제로 조선사의 독을 미리 비워두기로 하는 계약이다. 야말 프로젝트에 참가한 3개 선사가 발주한 15척 모두에 대한 SRA를 맺은 대우조선해양으로서는 샴페인을 터뜨릴 만했다.

그러나 시작에 불과했다. 세계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다 보니 세부 계약사항이 수시로 바뀌었다. 게다가 한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캐나다 일본 등 총 6개국 기업이 참여해 러시아와 서방 국가들 간 충돌 같은 외부 정세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 “극지용 선박시장 가장 먼저 진입 쾌거” ▼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불거져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들은 노심초사했다. 박형근 상무(선박영업팀장)는 “SRA를 체결했을 때 이미 9분 능선을 넘은 줄 알았지만 돌이켜보면 그땐 겨우 5분 능선을 넘은 정도였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관련한 뼈아픈 기억도 불안을 부채질했다. 3년 전 대우조선해양은 러시아 최대 국영기업 가스프롬이 추진하던 20억 달러짜리 ‘시토크만 프로젝트’ 수주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프로젝트가 갑자기 백지화된 바 있다.

사내에선 러시아 사업에 대한 회의론마저 일었지만 “향후 성장동력을 러시아에서 찾아야 한다”는 고재호 사장의 방침은 확고했다. 박 상무는 “수주에 성공한 것은 남들보다 먼저 극지 기술을 준비한 선견지명과 러시아 시장에 대한 경영진의 확신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 에너지 시장 변화 이끈다

야말 프로젝트 1호선은 9월 말 강판 절단을 시작으로 경남 거제시 옥포조선소에서 본격적인 건조에 들어가 2016년 선주사에 인도된다. 이어 2017∼2020년 14척의 배가 차례로 북극항로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러시아는 현재 대부분의 천연가스를 우크라이나를 거치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유럽에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이 유럽에 셰일가스를 수출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러시아는 동북아 지역 판로 개척에 힘쓰고 있다. 야말LNG와 선사들은 여름철에는 사베타 항에서 북극해를 거치는 동쪽 항로로, 겨울철에는 북유럽이 위치한 서쪽 항로로 이 배들을 운항시켜 천연가스를 운반할 예정이다. 러시아 가스 공급 루트가 다양화되면서 국제 가스시장에도 적잖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고 사장은 “전 세계 천연가스의 30%, 석유의 13%가 매장된 북극 지역은 향후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전 세계 조선소 중 극지용 선박 시장에 가장 먼저 진입했다는 점만으로도 이번 수주는 큰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최예나 기자
#대우조선#잭팟#우크라이나#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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