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삼성전자가 놀랄 만한 수준으로 악화된 2분기(4∼6월) 실적을 발표하자 올 2월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레노버 기자간담회가 떠올랐다.
당시 J D 하워드 레노버 모바일인터넷디지털홈(MIDH) 부문 부사장은 “레노버는 글로벌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조만간 삼성전자, 애플과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때만 해도 하워드 부사장의 말은 ‘먼 미래에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 정도로 느껴졌다. 성급한 자신감 내지 막연한 바람으로도 비쳤다. 하지만 약 5개월이 흐른 지금 하워드 부사장의 바람은 머지않은 시기에 충분히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삼성전자의 실적이 악화된 가장 큰 이유가 ‘캐시카우’(수익창출원) 역할을 했던 스마트폰 사업부의 중국 사업 부진이기 때문이다.
보급형 제품 중심으로 스마트폰 시장 구조가 바뀌면서 레노버를 포함해 ‘한 수 아래’로 봤던 화웨이, ZTE, 샤오미 같은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거세졌다. 삼성전자는 이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리면서 2분기 중국 시장에서 고전했다.
전자 업계에선 아프리카, 중남미, 중동 등 차세대 이머징 시장에서는 제품 종류를 불문하고 삼성전자가 중국 기업들과 지금보다 힘든 경쟁을 펼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과 브랜드 이미지 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확실한 중·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웨어러블(입을 수 있는) 기기, 사물인터넷(IoT), 바이오산업 등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밀고 있지만 아직 내세울 만한 성과는 없다. 2분기 실적 악화를 계기로 성장동력 부재가 다시 부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다수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은 이번 실적 악화를 계기로 삼성전자가 ‘관리’와 ‘단기성과’ 못지않게 ‘파격’과 ‘장기투자’란 개념에도 익숙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성장동력을 발굴해야만 선도기업으로서 시장을 만들고 이끄는 게 가능하다는 얘기다. 자타가 인정할 만한 성장동력을 찾아야만 ‘중국 기업의 추격’이란 용어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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