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방어대회 ‘시큐인사이드’
94개국 940개팀 뜨거운 경쟁… 천재 해커 호츠, 화려한 기술 뽐내
마지막까지 1, 2위 엎치락뒤치락… 2위 한국팀 ‘CodeRed’-3위 러시아
“그 친구는 메시예요. 사이버 공간에서 최고의 공격수입니다.”
미국의 천재 해커 조지 호츠(25)가 국내에서 열린 해킹방어대회에서 화려한 기술을 뽐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호츠를 아르헨티나의 축구 천재 리오넬 메시와 빗대 “축구 경기가 끝나면 메시와 유니폼을 교환하려고 상대 선수들이 경쟁을 한다. 호츠는 자존심 센 해커들에게 사인을 해주는 스타 중의 스타”라고 말했다. 호츠는 ‘지오핫(Geohot)’이라는 닉네임으로 애플의 아이폰과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3를 해킹하면서 유명해졌다.
호츠는 9일 정보 보호의 날을 맞이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시큐인사이드 2014’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동아일보와 코스콤이 공동 주최하고 금융위원회가 후원한 이 대회는 세계적인 규모의 해킹방어대회다. 지난해 대회에 미국 카네기멜런대의 ‘PPP’팀 소속으로 출전해 우승한 호츠는 ‘tomcr00se’라는 팀명으로 올해 또다시 참가했다.
호츠의 첫인상은 메시보다 스티브 잡스에 가까웠다. 그는 오래 입은 듯 빛바랜 리바이스 청바지에 검은색 트레이닝복 상의를 입고 있었다. 이번 대회 본선은 8일 오후 1시부터 시작해 9일 오전 11시까지 22시간 동안 치러졌다. 대회가 1시간가량 일찍 끝나긴 했지만 호츠는 거의 눕다시피 의자에 걸터앉아 결과 발표를 기다렸다.
다른 팀보다 호츠가 유난히 피곤해 보이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보통 4∼5명이 팀을 이뤄 출전하는 이 대회에 그는 혈혈단신으로 참가했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시큐인사이드 2014’ 예선에는 94개국 총 940개 팀이 참가했고 6개국 10개 팀이 본선에 올랐다.
호츠는 홀로 9개 팀과 경쟁해 최종 점수 1311점을 얻어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 3000만 원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고 권위의 해킹방어대회 ‘데프콘(DEFCON)’ 본선 진출권을 따냈다. 호츠는 “팀원으로 다양한 대회에 출전했지만 홀로 출전해 수상한 건 처음이다. 사실 팀플레이보다는 개인플레이가 내 성격에 맞는다”며 “혼자 문제를 모두 해결해야 해 힘들었지만 결과가 좋아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2위는 한국의 ‘CodeRed’팀(1309점)이, 3위는 러시아의 ‘MoreSmoked LeetChicken’팀(1213점)이 차지했다. 이번 대회 운영을 맡은 박찬암 라온시큐어 보안기술연구팀장은 “문제 수준을 다른 대회보다 높여 마지막까지 1, 2위가 엎치락뒤치락할 정도로 치열한 승부가 펼쳐졌다”고 전했다.
한국의 ‘CodeRed’팀은 꼴찌로 본선에 올랐지만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다. 이 해커 단체는 지난해 2월 구성돼 현재 75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고등학생 1명이 포함된 ‘CodeRed’팀의 평균연령은 19세다. ‘CodeRed’ 팀원 강인욱 씨(19)는 “갤러그 같은 슈팅 게임을 만들어서 ‘5000만 마리를 죽여라’라는 미션을 주거나 그림 속의 암호를 해독하는 등의 문제가 흥미로웠다”며 “다음에는 꼭 우승해서 한국 해커의 실력을 입증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승주 교수는 “선전한 한국을 포함해 해커들의 나이가 어려지는 걸 보면 화이트 해커 양성과 저변 확대는 성공했다고 본다”며 “이제는 교육의 질을 높여서 호츠와 같은 천재 해커를 양성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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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트 해커들이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래드호텔에서 코스콤과 동아일보 주최로 열린 해킹방어대회 ‘시큐인사이드 2014’에서
출제된 문제를 푸는 데 집중하고 있다. 6개국 10개 팀이 본선에 진출했지만 우승은 홀로 출전한 미국의 천재 해커 조지 호츠에게
돌아갔다. 코스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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