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본産 물병 ‘마이 보틀’… 젊은이들 사이에 선풍적 인기 끌자
너도나도 유사제품 잇달아 내놔
“정가 1만5000원짜리 제품을 3만7000원에 팝니다.”
최근 한 포털사이트 카페에 올라온 글입니다. 이렇게 ‘높으신 몸값’의 주인공은 바로 일본산 물병인 ‘마이 보틀’입니다.
마이 보틀은 평범한 500mL들이 물병입니다. 검은색 뚜껑에 투명한 원통형 플라스틱 몸체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투명한 몸체에 삐뚤삐뚤하게 적혀 있는 ‘마이 보틀(MY BOTTLE)’이라는 검은색 글씨가 눈에 띕니다.
이 제품은 올해 초부터 20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최근 한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마이 보틀 공구(공동 구매)’ 글에는 댓글이 160개 넘게 달렸습니다. 이 제품을 사재기하는 한국인들이 늘자, 일본 매장에서는 한국인에게 제품을 1인당 2개 이상 팔지 않기로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마이 보틀의 인기가 이어지자 국내 유명 업체들이 ‘미투(me-too·유사) 제품’을 잇따라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4월에는 망고식스가 ‘식스 보틀’을 내놨고, 락앤락도 ‘비스프리 잇 보틀’을 선보였습니다. 7월에는 세븐일레븐이 ‘럭키 세븐 보틀’을, 요거프레소가 ‘요프 보틀’을 선보였습니다. 이 제품들은 ‘마이 보틀’과 꼭 닮았습니다. 간단명료한 디자인, 검은색 뚜껑에 투명한 몸통, 삐뚤삐뚤하고 세로로 긴 영어 글씨까지…. 가격은 7000∼1만3000원대로 다양하지만, 겉모습만으로는 오리지널과 거의 구분이 어렵습니다.
문제는 국내 업체들의 태도에 있습니다. 이들은 ‘카피 행위’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입니다. 오히려 베꼈다는 점을 당당하게 내세우기도 합니다. ‘마이 보틀 OEM 제조사에 부탁해 비슷한 제품을 만들었다’ ‘마이 보틀이 인기를 끌면서 우리도 비슷한 제품을 내놨다’는 식의 홍보 문구가 대표적입니다. 한 업체 관계자는 “‘마이 보틀’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인기를 끄는 것을 보고 비슷한 제품을 만들었다”며 “가격도 일부러 ‘마이 보틀’과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했다”고 말하더군요.
다행히도 이런 모습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산업디자이너 김모 씨(34)는 “디자인을 베꼈다는 사실보다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모습이 더 부끄럽다”고 말했습니다. 성공한 제품을 무조건 따라 하기보다는 어떻게 성공했는지를 연구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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