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이후 월드컵과 株價 상관관계 분석해보니…
개최국도 초반엔 2.7% 오르지만… 자국 경제엔 장기적 부담 작용
상업광고 없이 매년 남는 장사… ‘윔블던 테니스’ 벤치마킹할 만
스포츠를 좋아하는 영국 사람들은 요즘 즐거운 고민에 빠져 있다. 퇴근 무렵 브라질 월드컵 중계가 시작되고, 낮 시간에는 윔블던 테니스가 한창 진행되기 때문이다. 휴가를 내고 테니스 보러 갈까, 아니면 일찍 퇴근해 동네 퍼브(영국식 대중술집)에서 축구를 보며 맥주나 마실까. 어떤 경우도 직장 상사가 좋아할 만한 선택은 아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결승전(스페인 대 네덜란드)의 경우 전 세계 7억 명이 현장에서 혹은 TV로 지켜봤다고 한다. 많은 사람의 혼을 빼놓는 축구는 ‘뷰티풀 게임’이라고도 불릴 만하다. 윔블던 테니스 역시 스포츠팬을 열광케 하기는 마찬가지다. 잉글랜드가 브라질 월드컵 16강 진출에 실패하자 영국인들은 윔블던 잔디 코트로 눈을 돌렸다. 2주 후면 또 다른 잔디의 향연인 ‘브리티시 오픈 골프대회’가 스코틀랜드에서 열린다. 9월 프리미어리그 축구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 실컷 즐길 스포츠가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런 스포츠 축제가 그저 한바탕 소비로만 끝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개최국의 경제성장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그 자원을 복지나 긴급한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해야 되는 것이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대규모 이벤트는 사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선진국이 개최하는 게 바람직하다. 신흥시장에 개최권을 주면 그 나라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경제 상황이 탄탄하다고만은 할 수 없는 브라질의 월드컵, 또 2년 후에 같은 나라에서 개최될 올림픽을 떠올리며 요즘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경제학자들이 부쩍 많아진 것 같다.
세계적인 금융회사 골드만삭스는 1998년 이래로 올해까지 총 5회에 걸쳐 월드컵과 경제의 상관관계에 대해 깊이 있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과거 개최국, 우승국의 각종 지표를 들여다보니 결과가 흥미롭다. 적어도 우승국의 주식시장은 우승 후 첫 한 달간 전 세계 시장 평균보다 3.5% 더 상승했다. 개최국은 2.7% 올랐고, 준우승국은 오히려 5.6% 하락하는 모습이 지속적으로 관찰됐다.
축구팬뿐만 아니라 주식 투자가에게도 가장 큰 관심사는 우승국이다. 런던은 전 세계 주식시장 영업시간과 일부 겹치는 시간대에 위치한 도시다. 결승전에 올라온 국가 중에서 누가 이길지 잘 맞히는 투자회사 직원이 있다면, 사장은 그 직원이 사무실에 남아 있길 강력히 원할 것이다. 우승국 주식을 사고 준우승국 주식을 팔면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승국 국민의 자존심이 올라가고 행복지수가 급등하는 효과에 주식시장은 후한 점수를 매긴다. 하지만 개최국이 향후 누릴 각종 투자 효과에 대해서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상업광고를 철저히 배제하면서도 수익을 내는 윔블던 테니스를 보면서 매년 천문학적으로 개최비용이 늘고 있는 월드컵 축구를 생각해 본다. 사실 윔블던은 수익을 냈다고 표현하지 않고 ‘지출 대비 수입이 많았다’고 말한다. 이벤트라는 용어도 싫어한다. 세계적인 선수들을 초청해 토너먼트를 개최할 뿐이라는 것이다. 멤버가 500명인 이 클럽의 주요 보직 인사는 무급이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행사에 기여한다.
연습 코트를 제외하고도 잔디 코트가 19개인데 그 어느 곳에도 후원사 간판이나 기업체 초청 고객 행사장이 없다. 센터 코트에 있는 시계에 롤렉스 로고가 조그맣게 보일 뿐이다. 또 하나. ‘슬레진저’사는 1902년부터 윔블던에 테니스공을 공급해 오고 있는데 계약기간이 세계 스포츠 역사상 가장 오래됐다고 한다. 회사 로고가 경기 중계방송에 전혀 비춰지지 않지만 누구나 어느 회사 공인지는 알고 있다.
윔블던 테니스 대회가 영국 경기에 기여한 정도를 논하는 경제학자도 없다. 앤디 머리가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어도 이 대회는 전 세계 테니스인에게는 여전히 ‘꿈의 구장’이다. 이런 현상을 ‘윔블던 효과’라고 한다. 마치 1980년대 마거릿 대처 총리가 ‘빅뱅’이라는 금융시장 완전경쟁 제도를 도입하여 오늘날 런던이 세계 금융의 중심지가 된 것과 같다. 외국 선수가 우승해도, 미국 금융회사가 런던을 지배해도 윔블던은 여전히 성공적인 대회이고, 런던이 국제 금융 허브임에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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