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銀과 조기통합 ‘뇌관’ 건드린 김한조 외환은행장
노조, 12일 대규모 집회… ‘형님 리더십’ 시험대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제가 집니다).”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하나은행과의 조기 통합에 나선 각오를 이같이 밝혔다. 일본 원자폭탄 투하 결정으로 제2차 세계대전을 종식시킨 미국 제33대 대통령 해리 트루먼의 좌우명을 인용해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김 행장은 7일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하나은행과의 조기 통합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직원들에게 전달하며 조기 통합 논의에 불을 지폈다.
1982년 외환은행에 입행한 김 행장은 3월 14년 만의 내부 출신 행장으로 취임하며 기대를 모았다. 취임 때부터 ‘소통’을 강조했던 김 행장은 취임 이후 꾸준히 호프집에서 직원들과 맥주 회식을 즐기는 등 소탈한 모습으로 직원들과의 거리를 좁혀나가는 특유의 ‘형님 리더십’을 발휘했다.
하지만 32년간 한길을 걸어온 정통 ‘외환맨’으로 은행 내의 최고참 선배인 그가 하나은행과의 조기 통합 논의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자 은행 일각에서 거친 목소리가 나왔다. 그가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은행 조기 통합을 위해 외환은행에 심어놓은 ‘트로이 목마’라는 비난도 나왔다.
“후배들이 실망했을 겁니다.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조직의 미래를 위해서는 이런 선택이 필요했습니다.”
김 행장은 단호한 목소리로 은행을 살리기 위해서는 통합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윤용로 전 행장이 연임에 실패한 이유가 통합에 미온적이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있다”며 “김 행장으로서는 통합에 ‘다걸기(올인)’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행장은 “다음 주부터 외환은행 지점장 및 팀장을 시작으로 직원들과 직접 만나 은행 통합에 대한 오해를 풀고 이해를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의 반발이 변수다. 노조는 12일 통합에 반대하는 전국 규모의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은행 안팎에서 김 행장의 ‘형님 리더십’이 통합 논의를 계기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행장은 “끈기를 갖고 직원들과 계속 대화하고 소통하겠다”며 “직원들이 실망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행장이 왜 이런 결단을 내렸는지 이해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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