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이슈]재테크 서적 베스트셀러 저자들의 ‘투자 4원칙’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2일 03시 00분


“300만원만 있어도 전국 각지에 투자할 만한 땅 많아”

가히 ‘재테크 전성시대’라고 할 만하다. 개미투자자 수십만 명이 주식시장에서 활동하고 있고 여윳돈을 가진 자산가들은 좋은 땅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닌다.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덕분에 서점에도 재테크 관련 책이 넘쳐난다. 교보문고 인터넷 사이트에서 재테크를 검색어로 입력해보니 660권이 넘는 목록이 나온다. 저금리 시대가 장기화하면서 투자할 돈이 있어도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돈을 벌어 부자가 되고 싶어 하는 이들은 많아 재테크 서적은 꾸준히 팔리고 있는 것이다.

재테크 수단이 다양해지고 관련 자료를 접할 기회도 많아졌지만 재테크로 돈을 벌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회사원 이모 씨(50·서울 서초구)는 주식과 부동산에 2억 원을 투자했다가 오히려 6000만 원 손해를 봤다. 그는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에게 상담을 받고 주변 지인에게 조언도 많이 들었지만 결국 실패했다”며 재테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최근 주식으로 1500만 원을 잃은 취업준비생 김모 씨(28·부산 해운대구)도 “4년 동안 멋모르고 재테크를 해왔는데 돈을 잃고 보니 새삼 재테크가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다들 하고 있지만 하면 할수록 어렵다고 말하는 재테크, 어떻게 해야 할까. 동아일보가 재테크 분야의 베스트셀러 명단에 이름을 올린 전문가 3인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고준석 신한은행 청담역지점장(50·‘은퇴부자들’의 저자), 우용표 코칭&컴퍼니 대표이사(39·‘마흔살 재테크 상식사전’의 저자), 정순필 미래경제연구소 대표(28·‘지금 중국 주식 천만원이면 10년 후 강남 아파트를 산다’의 저자)는 “재테크가 필수인 시대”라며 재테크로 돈을 벌 수 있는 기본적인 원칙 4가지를 소개했다.

재테크 원칙① 투자가치를 직접 확인하라

재테크 서적 베스트셀러 저자들은 가장 중요한 재테크 포인트로 ‘투자 전에 직접 확인하라’고 조언했다. 이들은 “눈으로 직접 보지 않고 돈을 투자하는 것은 어리석고 위험하다”며 “투자 대상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스스로 확인하라”고 강조했다. 투자 대상이 주식이라면 반드시 기업의 재무제표를 봐야 하고 부동산이라면 현장을 찾아 주변 상권 등을 철저하게 분석해야 한다는 것.

고준석 지점장은 “무작정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의 말만 믿고 덜컥 투자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당부했다. 고 지점장이 자신을 찾는 고객들에게 가장 먼저 강조하는 말이다. 전문가 중 일부는 시공사와 연계돼 있기 때문에 직접 발품을 팔아 반드시 현장답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 부동산 업자들과 네트워킹을 갖고 있는 고 지점장은 시간이 날 때마다 현장을 꼭 방문한다. 밤낮이나 주말을 가리지 않는다. 한 곳을 다른 시간대에 여러 차례 방문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는 “현장에 갔을 때 중개업소가 많이 있는 곳은 이미 가격이 상당 부분 오른 지역이라는 점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아파트를 살지 말지 고민이라면 넓은 배후단지를 갖고 있느냐의 여부를 비롯해 교육환경, 편의시설, 자연환경이 잘 갖춰졌는지를 두루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하철이 몇 분에 한 대씩 오는지, 실제 유동인구는 어느 정도인지, 상권이 제대로 형성됐는지 등을 직접 발품을 팔아 확인해야 한다.

우용표 대표도 “직접 확인하지 않고 투자하면 속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그는 “무턱대고 수익률이 높다는 광고만 보고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투자자도 여럿 봤다”며 “광고 뒤에 숨은 진정한 의미를 알아야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수익률 10% 확정임대수익’이라는 광고문구는 절반만 믿어야 한다. 계약기간에 10%의 확정임대수익이 나오는 것은 맞지만 계약이 끝나면 임대료를 아예 못 받는 일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해외 주식 전문가인 정순필 대표도 직접 재무제표 상태를 확인한 후에야 투자를 결정한다. 기업의 실적과 재무상태뿐만 아니라 업황과 정부 정책의 변화에 대해서도 자료를 모은다. 다양한 정보를 모으고 검색한 후에 ‘이 회사가 10년이 지나도 안 망하겠다’란 확신이 들면 그제야 투자한다. 다양한 정보를 모으고 이를 통해 지식을 습득해 가면서 그는 자연스레 경제성장률이 높고 주식의 가격이 싼 중국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재테크 원칙② 미래가치에 주목하라

재무제표를 보고 현장을 방문해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면 다음은 미래가치를 따져야 한다. 고 지점장은 미래가치가 있는 부동산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몇 가지 기준을 세웠다. △대학가 △오피스 인근 △문화예술 상권 △지하철과 버스가 교차하는 역세권 △2000채 이상의 아파트촌에 속한 단지 중 한 가지 기준에라도 부합하면 합격이다. 특정 투자 대상이 여러 기준에 부합하면 더욱 매력적이다. 예를 들어 서울 신촌은 대학가 상권에 그치지만 홍익대 앞은 대학가 상권에다 문화예술 상권까지 겹쳐 투자가치가 더 높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우 대표도 “과거처럼 부동산에 투자해놓고 가격이 오르길 기다리는 시대는 끝났다”며 “항상 미래에 가치가 오를 투자처가 어디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망한 투자처로 전국의 노후화한 산업단지를 주목했다. 아파트도 오래되면 재건축과 리모델링이 필요한 것처럼 1970년대부터 우후죽순으로 늘어선 노후화한 산업단지도 새로 단장해야 할 시기가 곧 올 것이라는 게 그의 예상이다.

정 대표는 중국 정부의 정책 변화에 관심이 많다. 시장보다 정부의 힘이 큰 중국에서 정부의 정책 방향은 투자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주목한 것이 녹색성장주와 내수활성화주. 중국 정부가 미세먼지 문제 해결과 중산층 키우기에 나서면서 관련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세계 최초로 전기버스를 상용화한 ‘BYD’, 세계 1위 태양광 기업 ‘보리협흠에너지’에 투자했다. 중산층이 많아지면 자동차와 보석에 대한 소비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에 자동차보험과 주얼리 업종의 대장주도 샀다. 또 경쟁이 치열해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가까스로 1등을 유지하는 회사보다는 코카콜라나 질레트면도기처럼 ‘압도적 1등’ 브랜드가 미래가치가 높다고 덧붙였다.

재테크 원칙③ 꾸준히 투자하라


전문가들은 “소액이더라도 꾸준히 투자하는 습관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를 통해 투자에 대한 식견을 넓히고 본인만의 노하우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자는 소액으로 하기 어려워 20, 30대가 하기에는 무리 아니냐”는 질문에 고 지점장은 “그런 인식은 옳지 않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300만 원만 있어도 투자할 땅이 전국에 많다며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뭉툭한 서류뭉치를 내밀었다. 그 서류는 전국에 매물로 나온 땅에 대한 정보를 정리한 것으로 300만 원, 500만 원짜리 매물이 많았다. 100만 원대의 매물도 있었다. 그는 “명품가방이나 자동차를 사는 대신 한 달에 꼬박꼬박 30만 원씩만 저축해도 매년 땅 한 필지는 살 수 있다”며 “젊은 세대들도 부동산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말했다.

고 지점장은 종잣돈을 모으는 방법으로는 ‘주택청약종합저축’ ‘재형저축’ ‘월복리적금’을 추천했다. 재형저축은 저축기간이 다소 길지만 절세 효과를 볼 수 있고 목돈 마련에 유리해 새내기 직장인에게 좋다고 했다. 주택청약종합저축은 국민주택 또는 민간주택을 분양받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저축인 데다 금리도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저축 수단이 된다.

정 대표는 워런 버핏처럼 장기투자를 강조했다. 전문가마다 ‘장기’에 대한 개념이 다르겠지만 그는 최소한 5년은 한 곳의 주식을 갖고 있어야 수익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주식에 실패한 대다수 투자자는 단기손실에 지레 겁을 먹고 쉽게 주식을 팔아버렸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해석이다. 그는 “재무제표와 업황 등을 철저히 분석하고 투자했다면 ‘일단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투자의 대가들이 한 여러 말 가운데 헝가리 출신 투자가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국제적인 우량주에 해당하는 주식을 몇 종목 산 다음 약국에 가서 수면제를 사먹고 몇 년 동안 푹 자라”란 격언을 가장 좋아한다.

재테크 원칙④ 분산 투자하라

재테크 서적 저자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마지막 재테크 원칙은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것이었다. 한곳에 돈을 몰아 투자했다가 수익률이 좋지 않을 경우 큰 손실을 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들은 혹시 모를 상황에서 피해를 줄이고 안전판을 마련하기 위해 여러 곳에 나눠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부동산 전문가인 고 지점장은 “은퇴 준비를 하는 사람들 가운데 금융자산으로만 재테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물자산도 제대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금융자산이 환가성(換價性)이 좋고 관리비용도 없다는 점에서는 부동산보다 유리한 점이 있지만 저금리 시대에 이자소득으로만 살아가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는 “펀드, 예금 같은 금융자산 외에 부동산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가상승률에 따른 화폐가치의 하락을 감안하면 부동산이 충분히 매력적이란 설명이다.

우 대표는 “분산투자가 중요한 만큼 부동산 외에 적립식펀드와 주가연계증권(ELS) 등의 금융상품도 같이 투자하면 좋다”고 했다. 적립식펀드는 일정한 금액을 정해진 날짜에 넣기만 하면 돼 투자가 편리하고 은행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40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과세 기준금액이 낮아진 금융소득 종합과세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여러 상품에 나눠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연 최대 수익률이 10%인 ELS에 3억 원을 투자해서 3000만 원의 금융소득이 발생하면 자동적으로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이 경우 같은 ELS를 2개로 나눠 각각 1억5000만 원씩 투자하면 상품당 1500만 원의 금융소득만 발생하는데, 하나는 올해 수익을 받고 나머지는 내년에 받는 식으로 수익을 내는 시기를 조정하면 된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주식 투자 비중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부 투자자는 자산의 절반 이상을 주식에 투자하기도 하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주식 투자는 ‘전부 잃어도 생계에 지장이 없는 돈’으로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전문가 3인은 이외에도 소득과 지출에 따른 소비계획을 짤 것, 불필요한 소비를 줄일 것, 신문을 읽고 국내외 경제 흐름을 파악할 것, 부채 관리를 할 것 등을 추천했다. 이들은 “효율적인 자산관리와 투자를 통해 원하는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미리 재테크 공부를 시작할수록 좋다”고 입을 모았다.

정지영 기자 jjy0166@donga.com
#재테크#베스트셀러#분산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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