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은행 쇼크… 세계 금융시장 술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2일 03시 00분


최대銀 BES 주가폭락 거래정지… 전문가 “유로존 확산 가능성 적어”
코스피 14P↓… 2000선 붕괴, 원-달러 환율은 5.6원 급등

구제금융을 졸업한 지 2개월도 되지 않은 포르투갈에서 최대 은행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한국 증시는 2,000 선이 힘없이 무너졌고 원-달러 환율도 단숨에 1020원대 문턱까지 올랐다.

이번 사태가 2011년 유럽 재정위기처럼 전방위로 확산돼 한국 경제에 큰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다만, 글로벌 은행의 취약성이 다시 부각되고 세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어 금융당국은 이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6원 급등(원화가치는 하락)한 1019.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2일 6년여 만에 1010원 선이 무너진 뒤 세 자릿수 환율 시대를 앞두고 있던 외환시장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포르투갈발(發) 악재까지 겹치면서 이날 큰 폭으로 올랐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4.10포인트(―0.70%) 내린 1,988.74에 마감하며 8거래일 만에 2,000 선이 붕괴됐다. 이날 하락폭은 지난달 20일 이후 가장 컸다. 전날 미국 뉴욕증시도 큰 폭으로 하락한 끝에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42%, 나스닥지수는 0.52% 하락했다.

이번 악재는 10일(현지 시간) 포르투갈 최대 은행인 방쿠 에스티리투 산투(BES)의 주가가 지주회사의 회계부정 파문으로 17.2% 폭락한 끝에 거래 정지되면서 표면화됐다. 특히 이 은행이 일부 단기 부채의 상환까지 연기하자 유럽 재정위기의 진원지였던 포르투갈 등 남유럽 은행의 건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2011년 악몽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포르투갈 위기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며 글로벌 시장을 뒤흔들 대형 악재로 번지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포르투갈 정부의 개입이 이뤄지더라도 자체 자구 노력이나 유로안정화기구(ESM)의 지원으로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허재환 KDB대우증권 연구위원은 “문제의 본질이 은행 시스템 전반의 리스크라기보다는 회계부정과 관련된 개별 은행에 국한된 문제”라며 “남유럽 은행 전반의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전날 일제히 급락했던 유럽 주요 증시는 11일(현지 시간) 포르투갈발 악재를 극복하고 하루 만에 상승세로 출발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일부 부실채권 비율이 높은 유럽 국가에서 연쇄적인 은행 부실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유럽중앙은행(ECB)이 11월 단일은행감독기구(SSM) 출범을 앞두고 유럽 각국 은행에 대한 자산건전성 심사를 강화하면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민우 minwoo@donga.com·정임수 기자
#포루투갈#은행 쇼크#금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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