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선택제 일자리, 엄마 ‘빈 자리’ 부담 덜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6일 03시 00분


동서발전-잡모아 직원들이 말하는 시간선택제 장단점

한국동서발전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근로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 회사는 직원들이 주당 15∼30시간 내에서 자유롭게 요일이나 근무시간을 선택해 일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한국동서발전 제공
한국동서발전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근로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 회사는 직원들이 주당 15∼30시간 내에서 자유롭게 요일이나 근무시간을 선택해 일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한국동서발전 제공
“아이들이 학교 수업을 마칠 즈음이면 저도 일을 끝내고 집에 갈 수 있어요. 아이들이 엄마의 ‘빈 자리’를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최고의 매력 아닐까요?”

강여금 씨(37·여)는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장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강 씨가 구인구직 지원업체 잡모아에 입사한 때는 지난해 7월. 1주일에 30시간 근무하는 시간선택제 일자리였다.

당시 강 씨의 가장 큰 고민은 초등학교 2학년과 4학년인 두 딸이었다. 그는 “일을 하고 싶었지만 한창 손이 많이 갈 작은아이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걱정이었는데 시간선택제가 좋은 대안이 됐다”며 웃었다.

○ 경력 단절 여성 사회 진출 통로 순기능

정부는 지난해부터 경력 단절 여성의 구직난 해결 등을 목표로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산에 앞장서 왔다. 1년여가 지난 현재 기업 현장의 분위기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최근 동아일보가 만난 시간선택제 일자리 도입 기업의 직원과 인사담당자들은 “조금씩 긍정적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큰 변화는 ‘경력 단절 여성들이 사회에 다시 들어서는 공식 통로가 마련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최종숙 잡모아 인사팀 과장은 “우리 회사는 업무 특성상 사회취약계층이나 고령자들을 많이 상대하는 편”이라며 “젊은이들을 채용했더니 다들 얼마 못 버티고 그만두더라”고 말했다. 그는 “시댁과 갈등을 겪고 자녀도 키워본 기혼 여성들의 업무 태도나 성과가 오히려 더 좋았다”며 앞으로도 경력 단절 여성을 지속적으로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기업인 한국동서발전은 전일제로 일하는 직원들이 원할 때 시간선택제로 전환하거나 일정 기간 단축 근무가 가능하도록 보장하고 있다. 여성 직원은 임신 즉시 시간선택제로 전환할 수 있다. 2012년 8월과 2013년 9월 각각 한 달씩 두 차례 단축 근무를 했던 최지윤 씨(26·여)는 현재 임신에 따른 시간선택제를 적용받고 있다.

최 씨는 “임신을 한 뒤론 갑자기 눈앞에 있던 컴퓨터가 사라지는 것처럼 어지럼증을 느끼곤 했다”며 “한 시간 빨리 퇴근하는 게 얼마나 큰 효과가 있느냐고들 하지만 실제 몸이 안 좋을 때는 매우 큰 혜택”이라고 말했다.

최문정 한국동서발전 인사팀 차장(34·여)은 “자녀 양육 문제로 퇴사를 고민하던 여직원이 시간선택제로 5개월을 일해 본 뒤 퇴사 생각을 접을 만큼 시간선택제는 여직원 퇴사를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임신이 무슨 벼슬이냐’ 소리 들으면 답답해”

본인 사정에 맞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때때로 접하는 직장 안팎의 곱지 않은 시선은 시간선택제 노동자들에게 부담이 되기도 한다. 최지윤 씨는 “육아 문제로 시간선택제 전환을 고민하는 다른 직장 친구들은 직장 상사들로부터 ‘정부 정책이라서 어쩔 수 없이 봐주는 거다’라거나 ‘애 키우는 게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유세냐’ 같은 핀잔을 종종 듣는다고 한다”며 “이런 인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시간선택제가 정착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전일제와 시간선택제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직장에서는 제도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시간선택제를 택한 사람은 승진을 위한 근속연수 합산이나 퇴직금 산정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선택제를 점차 확대해야 한다는 데에는 사회적 공감대가 모아지는 분위기다. 강 씨는 “이런 제도가 좀 더 일찍 생겼더라면 나 같은 경력 단절 여성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을 것”이라며 “앞으로 더욱 많은 여성들이 꿈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곳곳에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양소리 인턴기자 숙명여대 언론정보학과 졸업
#시간선택제 일자리#동서발전#잡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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