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쌀 관세율 400% 안팎 예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8일 03시 00분


“쌀시장 2015년 개방” 18일 선언

“쌀 관세화(시장 개방)를 하지 않으면 다른 방법이 없다. 이것이 한국 농업의 발전을 위한 길이다.”(17일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한국은 내년부터 관세화를 통해 쌀 시장을 개방할지, 아니면 관세화 유예를 추가 연장하고 의무수입량을 늘릴지를 올해 9월까지 결정해야 한다. 정부는 개방을 더 미루면 의무수입량 급증 등 큰 대가를 치러야 할 것으로 판단해 전자(前者)를 택했다. 하지만 일부 농민단체와 야권이 쌀 시장 개방에 즉각 반발하고 나서 난항이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서 상품 시장을 전면 개방하기로 했지만 쌀 시장 개방은 10년간(1995∼2004년) 유예 받았다. 한국 정부는 2004년에도 쌀 시장 개방에 대한 반대 여론에 밀려 세계무역기구(WTO)와의 협상 끝에 10년간 관세화를 추가 유예 받았다. 하지만 낮은 관세(저율할당관세·TRQ·현재 5%)가 적용되는 쌀 의무수입량은 해마다 늘어 올해에는 국내 쌀 소비량의 약 8%에 해당하는 40만9000t에 이르렀다.

한국이 이번에도 관세화를 추가로 유예하면 쌀 의무수입량을 최소 현재의 2배인 81만8000t으로 늘려야 한다. 한국과 함께 쌀 시장을 개방하지 않고 있던 필리핀은 2017년 6월까지 관세화를 추가로 유예 받는 대가로 의무수입량을 2.3배(연 35만 t→80만5000t)로 늘려야 했다. 농식품부는 “1인당 쌀 소비가 사상 최저치이고 쌀이 과잉 공급되는 상황에서 의무수입량이 늘어나는 건 큰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의무수입량을 초과하는 수입 쌀에 고율(高率)의 관세를 붙여 국내 시장을 보호할 계획이다. 다만 WTO와의 추후 협상 등을 감안해 구체적인 관세율은 9월에 확정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시장 개방 당시 국내산과 수입 쌀 가격을 비교해 관세율을 정한 일본과 대만의 사례를 고려할 때 관세율이 400%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산 쌀 가격(2013년 말 기준)은 kg당 2189원으로 미국산(791원)과 중국산(1065원)보다 비싸다. 하지만 관세율 400%를 적용해 쌀을 수입하면 미국산 쌀과 중국산 쌀은 kg당 각각 3955원, 5325원으로 국내산 쌀보다 비싸진다. 국내산 쌀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상태에서 고율의 관세까지 붙이면 국내산 쌀이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거라는 게 정부의 계산이다. 쌀 개방 시기가 한국보다 빨랐던 일본과 대만의 경우 고율 관세 덕에 의무수입량을 초과해 수입되는 물량이 각각 연간 200t과 500t 미만에 그치고 있다.

정부는 △쌀 수입보험제도 도입 △전업농 육성을 통한 규모의 경제화 △국내산 쌀과 수입 쌀 혼합 판매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쌀 산업 발전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향후 자유무역협정(FTA)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서도 쌀을 양허 대상에서 제외해 관세를 높게 유지할 방침이다.

정부 방침에 대해 야당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한정애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쌀 생산 기반이 붕괴될 우려가 있는데도 정부가 일방적 논리를 앞세워 시장 개방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쌀 시장 개방의 부당성을 정부에 밝혀 왔는데 시장 개방 방침을 기습 발표하는 것은 농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불통 행정의 극치”라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수입쌀 관세율#쌀시장 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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