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V, 기업의 미래]푸르고 따뜻한 기업들, 동반성장으로 글로벌强者가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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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가치창출에 나선 한국기업들

각기업 제공
각기업 제공
“공유가치 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은 자본주의의 대안이 아니다. CSV는 그 자체로 자본주의적 해법이며, 좀 더 광범위하게 이윤을 창출하는 방법이다.”

2011년 12월 6일. 동아일보사와 종합편성TV 채널A가 공동 주최한 ‘동아비즈니스포럼 2011’에 참석한 600여 명의 청중은 미국에서 온 경영학계 석학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경영 석학으로 불리는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의 기조연설이었다. 포터 교수는 컨설팅회사인 FSG의 마크 크레이머 대표와 함께 CSV 개념을 창안했다.

한국 기업들이 CSV에 직접적인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동아비즈니스포럼이 계기가 됐다. 이전부터 꾸준히 CSV 활동을 해 왔던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중견기업들도 CSV에 눈을 돌리게 됐다. 특히 그동안 CSV를 막연히 사회공헌(CSR)의 한 갈래쯤으로 여기던 한국 기업들이 CSV를 CSR의 ‘본류’로 여기게 된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방법

CSV는 기업과 사회가 동반 성장하기 위한 방안이다. 큰 시각에서 보면 기업의 목적인 이윤 창출과 사회의 발전이 하나라는 의미다. 기업에 수익을 보장해 주면서도 환경보호와 빈부격차 해소 등의 사회적 이익을 동시에 창출하는 활동이다. 결국 사회적 이익과 기업 이익이 공유하는 영역에서 기업이 발상의 전환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이론이다. 이 때문에 CSV는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포터 교수가 제시한 공유가치 창출 방법을 살펴보면 CSV의 실행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감’을 잡을 수 있다. 포터 교수는 공유가치 창출 방법에 대해 △제품 및 고객과 관련된 것 △비즈니스, 즉 ‘가치 사슬’을 관리하는 것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것 등으로 나눠 설명했다.

제품과 관련된 방법은, 기업이 말 그대로 사회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고객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기업은 기술, 유통망, 마케팅 방안 등 제품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산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때로는 정부나 비정부기구(NGO)보다 더 효율적으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다. 이를테면 해충 방제 사업을 하는 화학 회사가 ‘해충을 더 많이 박멸하는 제품’을 성공의 기준으로 삼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해충을 박멸하면서도 환경오염을 시키지 않는 제품’을 성공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이 회사는 제품을 통해 CSV를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세계적인 화학 기업인 다우케미컬의 사례다.

가치 사슬에 초점을 맞춘 방법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 성장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대기업이 주도적으로 기업의 생태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 중소기업으로부터 부품을 공급받는 대기업이 단순히 ‘싸게’ 부품을 조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보다 기술과 자금을 협력업체에 지원해 해당 기업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실천한다면 궁극적으로 대기업에 도움이 된다. 중소기업의 생산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면 가격 경쟁력 면에서도 도움을 얻을 수 있다.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것은 기업이 기업 외의 파트너들에게도 관심을 갖는 것이다. 식품회사가 단순히 좋은 식품을 만드는 것을 떠나 △소비자의 영양 공급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싸게 공급하거나 또는 △식품 원료 공급원인 농촌을 개발하거나 농가를 지원하고 △농사에 필요한 수자원을 낭비 없이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까지 영역을 넓혀 사업을 추진한다면 훌륭한 CSV 실천 모델이 된다. CSV를 사업의 핵심 사명의 하나로 여기는 식품기업 네슬레의 사례다.

한국 기업도 다양한 영역에서 CSV 활동 펼쳐

한국 기업들도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CSV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 대기업의 상당수가 이미 ‘글로벌 기업’인 만큼 많은 기업들이 전 지구적인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포스코는 한국의 대표적인 B2B 기업이다. 일반 소비자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이 회사는 사업 영역 다각화에서 CSV의 기회를 포착했다. 포스코는 계열사(포스코패밀리) 차원에서 폐자원 에너지화사업, 태양광발전, 풍력발전, 연료전지 등의 ‘녹색 신사업’을 미래형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로 편입시켰다. 에너지 소비형 기업에서 자원 고갈 및 지구 온난화 현상에 대처하는 기업으로 성장, 발전해 나가겠다는 의미다.

SK이노베이션은 협력사들의 ‘사회 공헌 활동’을 지원하면서 동반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중소 협력업체로부터 사회 공헌 아이디어를 모집했다. 이후 NGO인 기아대책 등과 협업해 협력사들에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컨설팅하고 있다. 사회 공헌 분야에서도 협력사와 함께 성장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들 기업에 자금 지원도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9년부터 혁신 기술과 역량을 갖춘 중소기업을 발굴해 삼성전자가 기술 개발 자금을 지원하고, 신제품 개발 참여 기회를 제공해 비즈니스 파트너로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혁신기술기업 협의회’로 불리는 이 프로그램에는 삼성전자와 거래가 없던 기업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 측은 “삼성전자와의 사업 기회를 통해 중소 기업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 서비스에서 사업 기회와 환경 오염 개선 기회를 함께 찾았다. 이 회사는 LTE 통신망과 RFID 기술을 응용한 스마트크린 음식물 수거기기를 개발했다. 사용자가 RFID 카드를 대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면 공동 음식물 수거기기가 사용자를 인식해 음식물의 쓰레기양을 측정하고 요금을 알려 주는 시스템이다. 수거 요금은 음식물쓰레기를 버린 만큼만 청구된다. LG유플러스 측은 “이 시스템을 도입한 지역은 가정마다 평균 20%의 수거 비용을 절감하게 됐다”고 밝혔다. 소비자가 음식믈 쓰레기를 버린 양과 요금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게 된다는 설명이다. 환경에도 도움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저개발국가를 지원하기 위해 정비 인력 양성 교육 기관인 ‘현대-코이카 드림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2012년 가나 코포리두아에 1호 센터를 개관했고 지난해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2호 센터의 문을 열었다. 캄보디아 프놈펜에도 내년 상반기 ‘현대-코이카 드림센터’가 문을 연다. 저개발 국가에서 정비 인력 교육기관을 개설해 지역 일자리 창출과 빈곤 해소에 도움을 주겠다는 의지다. 현대차 관계자는 “가나 드림센터는 현지 정부의 정식 인가를 받은 3년제 공업고등학교로 매년 100명씩 정비생이 나온다”며 “이들 중 우수한 인력은 현지 현대차의 정비사로 채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이런 한국 기업의 CSV 활동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궁극적으로 기업과 글로벌 사회가 ‘동반 성장’을 이루는 것이 기업의 사명 가운데 하나가 된 만큼, 기업이 적극적으로 사회 발전을 위한 공동 가치 개발을 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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