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TV, 반도체 등에서 글로벌 1, 2위를 다투는 정보기술(IT) 기업을 핵심 계열사로 둔 그룹답게 삼성은 수많은 크고 작은 협력업체를 두고 있다. 이 협력업체들과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게 삼성그룹이 가장 잘할 수 있는 CSV라는 것. 삼성그룹 총수인 이건희 회장도 올해 신년 하례식에서 협력업체와의 동반 성장을 강조했다.
당시 이 회장은 “협력회사는 우리의 소중한 동반자다. 모든 협력회사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도록 기술 개발과 생산성 향상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 내부에서는 협력업체와 동반성장이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된 익숙한 활동이라고 강조한다. 삼성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 때부터 동반성장은 의미 있게 다뤄진 경영 철학이었다는 것이다.
삼성의 경영 이념이 △인재제일 △합리추구 △사업보국 △공존공영 등인데 이 중 공존공영이 현재 이 회사가 강조하고 있는 동반성장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은 1990년대 초부터 ‘하청업체’란 표현 대신 ‘협력회사’란 단어를 쓰도록 했다”며 “삼성 내부에서는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을 삼성의 대표적인 CSV 모델로 꼽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삼성의 대표적인 동반성장 활동으로는 ‘상생협력 생태계 조성 프로그램’이 꼽힌다. 지난해 마련된 이 프로그램에는 2018년까지 약 1조2000억 원이 투자될 예정이다.
삼성은 1차 협력업체에 대해선 ‘작지만 강소기업’으로 키운다는 방침 아래 △인력 양성 △공동 연구개발(R&D) △기술과 노하우 전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동시에 2차 협력업체에 대해서는 △제조현장 혁신 △프로세스 혁신 △생산기술 지원 △교육 등 4대 분야로 나눠 협력업체별로 맞춤형으로 지원하고 있다.
하드웨어 인프라 투자에도 삼성은 적극적이다.
삼성은 올해 안에 경기 수원시에 교육 컨설팅 센터를 건립할 예정이다. 이 시설에는 △교육센터 △전문 교수단 △청년일자리센터 △컨설팅실 △상생협력 연구실 등을 설치해 운영할 계획이다.
삼성 관계자는 “협력업체들의 경쟁력 키우기를 지원하는 종합센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을 발굴하는 게 목적인 ‘혁신기술기업 협의회(혁기회)’도 동반성장을 위한 세부 CSV 활동 중 하나로 꼽힌다.
2009년 탄생한 혁기회는 기술과 역량을 갖춘 중소기업을 발굴해 삼성이 기술 개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총 56개 기업이 참여해 70건의 신기술을 공동 개발했다. 이 중 17개 기업은 삼성전자의 협력업체가 됐다.
‘동반성장 협약’도 빼 놓을 수 없는 CSV 활동이다.
2011년 탄생한 제도인데 동반성장의 저변 확대를 위한 것이다. 특히 1차와 2차 협력업체 간에도 원활하고 지속가능한 동반성장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삼성은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삼성은 1차 협력업체에 2차 협력업체와 적극적으로 동반성장 협약을 맺도록 하고 있다. 또 이를 성실히 수행한 1차 협력업체에는 인센티브도 제공하고 있다.
동반성장을 위해 삼성은 특허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허가 없어 창업과 신제품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벤처기업들에 특허를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우리가 오랜 기간 공들여 터득한 ‘물고기 잡는 방법’을 성실하고 발전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노하우가 없는 기업들에 대가 없이 주자는 취지”라며 “전체적인 산업 생태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삼성은 앞으로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다양한 CSV 활동을 진행해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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