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순환출자 단순화… 후계구도 개편 나섰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3일 03시 00분


계열사간 지분 일제히 상호 매매… 신규 순환출자금지 앞두고 정리
신동빈 회장이 쇼핑-건설 맡고, 신동주 부회장 호텔 담당 가능성

롯데그룹이 계열사 간 지분 이동을 통해 순환출자 구조를 단순화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의 지배구조가 더욱 투명해지도록 대기업 계열사들의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이 25일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형인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 사이의 후계구도를 정리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롯데그룹 계열사들은 이날 일제히 상호 지분을 거래했다. 롯데케미칼은 이사회를 열고 대홍기획과 롯데리아의 롯데알미늄 지분(각각 3만1940주, 2만604주)을 장외에서 사들이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롯데알미늄 지분의 5.1%로 취득 금액은 약 328억 원이다.

호텔롯데도 롯데닷컴, 롯데푸드, 한국후지필름, 롯데역사, 롯데리아가 보유한 롯데건설 주식을 장외 매수하기로 했다. 롯데닷컴 30만6477주, 롯데푸드 12만9639주, 한국후지필름 11만8376주 등 총 139만3203주로 롯데건설 지분의 4.0%(약 875억 원)에 해당한다.

롯데상사는 롯데리아 지분 0.9%(72억 원)를 롯데칠성음료에 넘기기로 했다. 롯데쇼핑은 롯데칠성음료, 롯데제과, 롯데푸드, 대홍기획, 롯데정보통신, 롯데건설이 보유한 롯데상사 지분 12.7%(430억 원)를 사들였다. 이 밖에 바이더웨이가 갖고 있던 호텔롯데 지분 0.6%(431억 원)는 부산롯데호텔로, 롯데카드가 보유한 롯데칠성음료 지분 1.5%(371억 원)는 롯데제과로 넘어갔다.

롯데그룹은 이번 계열사 간 보유 지분 거래에 대해 “그룹 내 지분 구조를 단순하게 정리하는 차원에서 진행된 것으로 당분간 순환출자 구조 단순화 작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도 롯데그룹이 당분간 지분 구조 단순화를 계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는 국내 대기업 중에서도 순환출자 구조가 가장 복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알미늄→롯데제과’로 이어지는 것과 같은 순환출자 고리 수만 51개(지난해 4월 초 기준)에 이른다. 이 중 2008년 이후 새롭게 만들어진 것만 32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다음 달 중 각 그룹의 순환출자 현황을 파악해 공개할 계획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신규 순환출자와 관련한 법 위반 여지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작업으로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계열사 간 지분 거래에 대해 롯데그룹의 후계구도 개편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쇼핑, 건설, 석유화학, 금융 부문을 맡고 신동주 부회장이 일본롯데와 음식료, 호텔 등을 담당하는 식으로 계열사를 분리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추측도 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후계구도 등 경영권과 관련한 지분 거래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롯데#순환출자#롯데 후계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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