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주)다림티센, 밀어주고 당겨주고, 끈끈한 가족애로 뭉친 제약기업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4일 03시 00분


약품 공급에서 조직공학 R&D까지… ‘휴먼 헬스케어’ 분야의 강자

마이크로피펫을 이용한 시료채취.
마이크로피펫을 이용한 시료채취.
바이오 메디컬 분야는 다른 산업의 몇 배에 이르는 열정과 승부근성이 요구되는 영역이다. 말 그대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집념과 도전의식이 없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때로는 우수한 연구 성과를 냈더라도, 시장에서 실패하는 사례가 수두룩할 만큼 진입이 쉽지 않다. 열악한 환경에서 시작해 실패와 착오를 반복하면서도 우직하게 한길을 걸어온 작지만 강한 기업의 도전이 주목받고 있다. 생명공학 벤처기업인 ㈜다림티센(대표 정종섭·www.dalimtissen.com)이다. 2006년 의약품 공급업체인 ㈜다림바이오텍의 가족회사로 설립된 조직공학 벤처기업이다. 모회사인 다림바이오텍은 갑상샘, 당뇨병, 폐경장애 등 내분비 질환 및 외과 관련 전문의약품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다림’의 족보는 다림양행㈜에서 시작된다. 1980년 설립된 다림양행은 주로 대학병원급 의료 기관을 중심으로 의약품을 공급해 왔기에 일반인에게는 생소하다. 하지만 내분비, 산부인과 병원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30년 넘게 다져진 내공을 바탕으로 소리 없이 바이오 메디컬 분야를 선도하는 알짜기업이다. 2001년 다림바이오텍을 인수하면서 그간 수입 또는 생산 제휴를 통해 발매하던 의약품들을 KGMP(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시설에서 자체 생산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현재 국내에 해외 희귀약품과 첨단약품을 수입해 판매하고 있으며,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는 ‘다림몰’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외과수술 의약품 관련 분야 및 의료기기 분야에서도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쟁쟁한 가족기업의 거미줄 같은 네트워크는 다림티센이 10년도 채 되지 않은 짧은 시간에 독보적인 아성을 구축한 비결이다. 각 분야에서 밀어주고 당겨주는 ‘형제기업의 힘’이 경쟁력의 원천이다.

생명공학 분야에서 다림티센이 일궈낸 인내와 고통의 산물들은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고 있다. 먼저, 콜라겐을 이용한 조직공학 분야에서 확실한 발자취를 남겼다. 콜라겐은 일반적으로 피부 주름 개선 단백질로 알려져 있지만, 화장품뿐만 아니라 인공피부, 인공골, 필러 등의 다양한 조직공학 재료로 이용가치가 높다.

동결건조기를 이용한 시료채취.
동결건조기를 이용한 시료채취.
다림티센은 고순도(98% 이상) 의료용 콜라겐 분리정제 기술과 각종 인공장기 제조 기술 및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을 토대로 개발된 기능성 화장품 ‘티센 ICM-10(마스크 팩)’과 ‘티센 NF-10(에센스)’은 2008년 2월 국내 화장품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일반의약품(OTC Drug)으로 등록되었다. 이 회사는 세계에서 최초로 콜라겐 이중막으로 구성된 피부드레싱인 ‘라피덤(Rapiderm)’을 개발해 신기술(NET) 인증을 받았고, 국내 식약처뿐 아니라 FDA, 유럽 CE 허가도 획득했다. 또한 최근에는 기존의 드레싱으로 치유되지 않던 3도화상, 피부 전층이 손상된 부위에 사용가능한 콜라겐 인공피부 ‘라피그래프트(RapiGraft)’가 식약처로부터 허가를 받은 바 있다.

‘세포외기질(Extracellular matrix·ECM)’ 분야 세계 최고 수준의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다림티센 재생의학연구소는 현재 인공췌장, 인공피부, 인공골 등의 연구개발에 몰두하며 난치병 극복을 목표로 불철주야 뛰고 있다.

24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다림그룹은 지난해 약 570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 목표는 620억 원으로 늘려 잡았다.

한편, 다림티센에서 개발한 조직재생 및 접합 관련 의료기기는 ㈜다림양행을 통해 공급되고 있다. 다림써지넷 역시 ‘다림그룹’의 일원으로 2008년 설립된 전문 의료기기 연구개발 업체다. 국내 최초로 복강경 수술용 의료기기인 ‘옥토포트’를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난치병 극복 목표로 윤리경영 실천할 것”▼

정종섭 대표 인터뷰

“인류의 건강한 삶을 위한 생명과학 사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게 해줍니다. 난치병 극복을 목표로 생명과학 연구에 윤리적 책임을 실천하는 기업으로 키워나갈 생각입니다.”

㈜다림티센 정종섭 대표는 약사 출신이다. 그가 약국이나 제약회사 대신 경영을 선택한 배경 역시 약사라는 직업에서 시작됐다. 약사가 만들고 취급하는 전문의약품이라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정 대표는 1974년 경희대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1980년 ㈜다림양행, 2001년 ㈜다림바이오텍, 2006년 ㈜다림티센을 차례로 설립했다. 특히 다림티센을 통해 생산원가를 획기적으로 줄인 콜라겐 제품을 공급하는 토대를 마련했고, 다림바이오텍을 대형병원이 공인하는 내분비 분야의 전문기업으로 육성하는 등 성공적인 기업 활동을 펼쳐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림양행과 다림바이오텍, 다림티센의 생명공학 트로이카에서 그는 단순한 경영자가 아니다. 직접 산학협력과 외국 연구소와의 교류에 나서고 연구개발(R&D)을 강화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같은 열정을 인정받아 2월에는 경희대 약학대학 총동문회장에 선출됐다.

생명공학에 대한 지식이 있기에 제품 개발도 탄력을 받고 있다. 개량신약, 천연물신약은 물론이고 각종 의료기기 분야에서도 연구 성과를 쏟아내고 있다. 그는 ‘다림’을 제약 전문기업이라는 울타리에 가둬놓지 않고 휴먼 헬스케어 브랜드 기업으로 키워가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사회공헌 활동에도 관심이 많은 정 대표는 한국가톨릭경제인회 활동을 통해 나눔과 봉사에 앞장서고 있고 12년째 장학재단도 운영 중이다.

김민식 기자 m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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