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의 카니발을 보면서 ‘생계형 미니밴’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겉에서 보면 ‘거북이등’ 같은 뒷좌석에 물건을 가득 싣고서 어디론가 바쁘게 움직이는 고달픈 자영업자의 모습을 종종 봐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11일 동아일보 자동차 담당 기자 3인(정세진 최예나 김성규 기자)은 최근 출시된 ‘올 뉴 카니발’을 보고 입이 쩍 벌어졌다. 기존 카니발이 왠지 모르게 어깨가 축 늘어진 40대 가장의 모습을 연상시켰다면 신형 카니발은 날렵한 20대 젊은 남성을 떠올리게 했다. 예의 바르면서도 남성미 풍기는 ‘올 뉴 카니발’
최예나=큰 차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잘 나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늘씬하게 잘 빠진 것 같은데 특히 차 앞부분은 호랑이가 연상되기도 하고. 일단 남성적인 느낌인데요.
손잡이를 당기면 한 번에 열리는 ‘파워 슬라이딩 도어’도 신기했다. 마치 도어맨이 호텔문을 열어주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대접받는 느낌이랄까.
예의가 바르면서도 남성미를 물씬 풍기는 매력적인 올 뉴 카니발을 타고 서울 종로구 세종로에서 출발해 경기 고양시 신원동∼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김포요금소∼경인고속도로∼숭의로터리∼동인천역∼월미도까지 왕복 120km를 3시간 반가량에 걸쳐 3명의 기자가 돌아가며 운전을 했다.
특히 이번 3인 시승에는 카니발이 가족용 미니밴이라는 점을 고려해 정 기자의 두 딸(5세, 2세)과 아내가 동승했다.
정세진=차 안이 생각보다 굉장히 넓다. 스타렉스는 가족들이 타고 이동하기에는 좀 부담스럽다. 레저용으로 나오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보다 훨씬 공간이 여유롭고 수납공간도 많은 것 같다.
아이들을 데리고 차를 타려면 준비해야 할 게 왜 이리 많은지 아빠들은 알 것이다. 유모차는 기본. 아이들이 갈아입어야 하는 여벌의 옷, 물통과 군것질거리, 자칫 차 안에서 짜증을 낼 수 있는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까지 챙겨야 한다. 신형 카니발에 있는 다양한 수납공간은 패밀리 미니밴으로서는 최고의 기능성 인테리어라는 생각이 든 이유다.
두 칸으로 구성된 ‘듀얼 파노라마 선루프’도 드라이브의 재미를 더해준다. 220V 인버터와 USB 단자, 햇빛을 막아주는 수동식 선커튼도 갖춰져 있다. 30대 초반의 김성규 기자도 들고 온 아이스커피를 운전석 옆에 놓으면서 카니발의 충분한 수납공간과 다양한 편의시설에 만족해했다.
자동차 기자들 “어떻게 9인승이야?”
시승은 순조로웠다. 아이 둘이 타고 있는 만큼 급가속이나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운전할 수는 없었다. 패밀리용이라는 카니발의 성능을 가장 적절히 맛볼 정도로만 자동차는 움직였다.
최=지금 시속 100km 넘게 밟고 있는데 불안한 느낌이 전혀 없어요. 차가 약간 묵직한 느낌도 있고. 속도를 조금씩 올리고 있는데 차체가 흔들린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데요.
김성규=차가 ‘쭉쭉 나간다’거나 ‘힘이 좋다’ 이런 느낌도 딱히 없어요. 하지만 디젤차라고 하면 으레 소음이 날 거라고 생각하는데 아주 조용한데요.
정=속도를 내면서 커브를 돌면 차가 약간 쏠리는 느낌인데…. 두 살짜리가 탄 카시트를 3열에 설치했는데 뒤로 갈수록 쏠리는 경향이 있어서 약간 불안해.
탑승한 기자들은 신형 카니발에 풀리지 않는 의문이 하나 있었다. 바로 이 차가 9인승이라는 점. 1∼3열까지 2좌석씩 6명이 편히 탈 수 있는 미니밴이라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9인승인 이 차량에서 나머지 세 사람은 어디에 타야 하는지를 놓고 한참을 고민했다.
결국 차 안을 한동안 두리번거린 뒤에야 트렁크 칸으로만 생각했던 곳에 3명이 탈 수 있는 4열 시트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맨 뒷줄은 바닥 아래로 숨어들어간 ‘싱킹 시트’ 형태로 큰 힘을 들이지 않더라도 쉽게 폈다 접을 수 있게끔 돼 있었다. 기아차 측에서는 “자전거는 물론이고 골프백을 6개 실어도 될 만큼 넉넉한 여유 공간”이라고 설명했지만 기자들이 볼 때 성인 3명이 편히 앉기에는 이래저래 답답한 좌석이었다.
정=고속도로에서 버스전용차로를 주행할 수 있는 차량 규정이 ‘9인승 이상 차량에 6명 이상 탑승’이기 때문에 좌석이 좀 좁더라도 9인용 미니밴으로 만든 것 같다.
김=9인승이면 유리한 점이 많기는 하지만 아이들을 4열에 태우지 않는 이상 성인 기준으로 9명이 탈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엄마 아빠의 마음이 느껴지는 차
인천 월미도에 도착해 확인한 연료소비효율은 L당 10.4km로 공인연비인 11.5km에는 다소 못 미쳤다. 하지만 중간 중간에 운전자를 바꿔서 시승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리 나쁜 연비는 아니라는 데 시승자들은 동감했다.
최 기자는 올 뉴 카니발을 겉으로는 남성미가 풍기는 젊은 차로 보이지만 속은 ‘엄마아빠의 마음이 느껴지는 차’라고 표현했다. 김 기자는 실내 유해물질과 냄새 등을 분해하는 ‘클러스터 이오나이저’ 등 최신 옵션이 마음에 들었다. 정 기자는 올 여름휴가 때 부모님과 아이들을 태우고 마음 편하게 운전할 수 있는 최고의 차로 카니발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현재 소유한 승용차에 카시트를 설치하면 아무리 비좁게 타더라도 어른 3명에 아이 둘밖에 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대형 미니밴 시장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기아차의 카니발을 비롯해, 쌍용차 코란도 투리스모 등 2종의 국산 모델과 도요타의 시에나, 혼다의 오딧세이, 크라이슬러 그랜드보이저, 시트로엥의 그랜드 C4 피카소 등 4종의 수입 모델까지 나오면서 지난달에는 미니밴 모델이 5255대가 팔려나갔다. 전년 동월 대비 23%가 늘어난 것이다.
미니밴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올 뉴 카니발의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딧세이나 시에나 등 경쟁 차종에 비해 1500만 원 가까이 싼 데다 디젤엔진을 장착해 연비도 상대적으로 우수하기 때문이다. 또 수입 미니밴들이 7인승인 데 비해 올 뉴 카니발은 9인승과 11인승으로 나와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물론 9인승에 9명이 타고 장거리를 이동하기에는 너무 힘들겠지만.
휴가 시즌을 겨냥해 발표한 올 뉴 카니발이 한 달 반 만에 1만7000대가 사전 예약됐다는 것은 이 차에 대한 일반인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올 뉴 카니발 9인승은 2990만∼3630만 원, 11인승은 2720만∼3580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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