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째 이어지고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의 백혈병 산업재해 의심 피해자 및 가족들에 대한 보상 협상이 출발선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 측이 삼성전자에 구체적인 재발방지책 및 추가 사과를 거듭 요구하면서 정작 피해자에 대한 보상은 제대로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언주로 건설회관에서 보름 만에 재개된 4차 협상에서 반올림은 지난 협상 때와 마찬가지로 보상안보다는 재발 방지책 마련에 협상력을 집중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협상장에서 작업장 안전 관리 현황에 대해 직접 설명하겠다고 했지만 반올림은 이를 문건으로 제공하지 않으면 듣지 않겠다고 거부했다. 이어 반올림은 자신들이 추천하는 위원이 절반 이상 참여하는 ‘화학물질안전보건위원회’를 삼성전자 내에 설치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사실상 ‘반올림위원회’를 회사 안에 설치하라는 요구”라며 수용이 어렵다고 밝혔다.
반올림 측의 반복적 사과 요구도 협상을 지연시키고 있다. 반올림은 △사업장 안전 관리를 하지 못한 점 △피해자들의 산재 신청을 방해한 점 △유가족의 투쟁 및 시위를 막은 점 등에 대한 추가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 협상단 대표인 백수현 전무는 “대표이사 등이 이미 세 차례에 걸쳐 사과했는데도 반올림이 거듭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며 “협상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반올림이 전향적으로 협상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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