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회장 “내주 訪北”… 경협 메신저 촉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31일 03시 00분


통일부서 허가하면 정몽헌 회장 기일 맞아 금강산 방문
北, 정부 제의에는 완강하지만… 민간 경협 통해 실마리 풀릴수도
재계 “현대그룹 대북사업 힘실려”… 외삼촌 김무성대표 역할에 기대감

남북 민간 경제협력의 상징인 현대그룹의 현정은 회장이 다음 달 4일 고(故) 정몽헌 회장의 기일을 맞아 북한을 방문하기로 결정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초 박근혜 대통령이 잇달아 남북 경제협력의 가능성을 내비친 상황에서 현 회장이 경색된 남북관계의 메신저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30일 현대아산에 따르면 현 회장은 정 회장의 추모일에 맞춰 금강산을 방문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아산 측은 “29일 저녁 통일부에 현 회장을 포함해 20여 명의 방북을 신청했다”며 “방북 허가가 이뤄지면 추모행사를 열고 금강산 시설물을 점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 회장은 지난해 10주기 추모식 때 4년 만에 북한 금강산을 방문했으나 북측으로부터 특별한 메시지를 받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해 현 회장이 북한을 방문하면 과거와는 무게감이 다르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경제협력 제의를 거부하는 북한의 태도가 완강해 정부가 공식적으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 현대그룹이 남북 경협의 작은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에 힘이 실렸다고 보고 있다. 15일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당 대표에 선출되면서 다음 날 현대그룹의 주력 회사인 현대상선의 주가는 9% 이상 올랐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산을 매각 중인 현대상선이 특별한 호재 없이 주가가 급등한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 회장의 외삼촌인 김무성 당 대표가 현대그룹 대북사업에 일정 부분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러시아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러시아의 석탄 등 원자재를 철도로 북한의 나진선봉 지역까지 옮긴 뒤 배를 이용해 포항으로 수송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코레일 포스코 현대상선이 러시아 기업의 지분을 인수하는 식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결국 북한 쪽으로 돈이 흘러들어 가는 것이기 때문에 5·24 대북 투자 제한 조치의 위반 여부가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 남북 경협에 정통한 익명의 관계자는 “보는 시각에 따라 얼마든지 5·24조치 위반이 될 수 있는 데다 기업들은 정부가 남북 경협 기금을 통해 지원하기를 바라고 있어 정부의 유권해석이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잇단 미사일 발사로 남북관계를 경색 국면으로 몰아가는 북한의 태도 외에도 최근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 조치가 걸림돌이 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대북사업 관계자는 “최근 미국과 서유럽이 말레이시아 여객기 피폭 이후 러시아 제재에 나서고 있어 한국 기업이 러시아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남북 경협의 여러 변수에도 불구하고 올 하반기(7∼12월)에 어떤 식으로든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란 희망 섞인 관측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 화해와 관련된 발언을 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추석을 앞두고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 간의 결단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현 정부가 남북 경제협력에서 성과를 내려면 집권 2년차인 올해 최소한의 계기는 마련해야 한다”며 “현 회장 방북이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는 어렵지만 남북 협력의 첫 단추는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현대그룹#현정은#경제협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