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LIG투증 의뢰 1739개社 조사… 임금증가분의 최대 10% 세액공제
투자규모 적은 서비스업 특성 감안… 과세기준 이원화해 기업이 선택
정부가 6일 발표한 ‘기업소득환류세제’에 따라 1739개 상장기업 가운데 531곳(30.5%)가량이 추가로 세금을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들을 포함한 전체 과세 대상 4000여 개 기업이 수천억 원의 세금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기업들이 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서는 세금의 10배를 투자·임금인상·배당에 사용해야 하는 만큼 수조 원의 가계소득 증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업소득환류세제의 실효성이 낮아 가계소득이 늘어나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발표된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2015년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도입되는 기업소득환류세제 적용 대상은 중소기업을 제외한 자기자본 500억 원 초과 법인과 대기업 계열사로 총 4000여 개 기업이다. 세율은 10%로 확정됐다.
정부는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업종별로 투자 규모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과세기준을 이원화해 기업들이 선택하도록 했다. 투자와 인건비 증가액, 배당액을 합친 금액이 당기 이익의 60∼80% 또는 투자를 빼고 인건비 증가액과 배당액만 합산해 당기 이익의 20∼40%를 넘는 기업은 세금을 물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기준선은 국회 통과 과정에서 조율될 예정이다.
본보가 LIG투자증권에 의뢰해 1739개 상장기업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당기순이익 중 투자·임금인상·배당에 쓴 금액이 70% 미만이면서 투자를 제외한 임금인상·배당에 쓴 금액이 30%에도 미치지 못한 기업, 즉 두 가지 기준을 다 충족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기업은 총 531곳으로 나타났다. 기업 10곳 중 3곳 정도가 기업소득환류세제 도입으로 세금을 추가로 내야 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특히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대기업 상당수가 과세 대상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세금이 얼마나 될지는 아직 파악하기 어렵다. 과세금액에서 제외되는 투자인정 범위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500대 대기업의 추가 부담 세액이 2000억∼3000억 원, 전체 기업이 부담할 세금은 1조 원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는 10대 그룹 136개 주요 계열사를 분석한 결과 과세기준을 당기순익의 60%로 가정할 때 현대자동차그룹 11개 계열사는 2900억 원, SK그룹 340억 원 등 총 3630억 원의 세 부담이 생길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는 그 대신 임금과 배당을 늘리는 기업에는 세제 혜택을 줄 방침이다. 근로자 임금을 올린 기업에는 3년 임금증가율의 평균을 초과하는 임금 증가분에 대해 10%(대기업은 5%)를 세액 공제해준다. 또 배당 증가율이 전년의 10% 이상이면서 배당성향(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이 높은 기업은 주주들의 배당소득세도 깎아주기로 했다. 기존 38%의 세율이 적용됐던 대기업 총수 일가 등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분리과세를 허용해 세율이 25%로 낮아진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방안이 실제 가계소득 증대 효과로 이어질지 미지수라고 평가한다. 기업들이 기업소득환류세를 내지 않기 위해서는 세금의 10배를 임금인상과 배당, 투자에 써야 하는 만큼 장기적으로 기업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이 큰 임금, 투자를 늘리기보다는 차라리 일시적으로 세금을 더 내는 것을 선호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정부가 대기업들이 동반성장을 위해 내고 있는 상생협력기금도 과세대상 금액에서 제외해주기로 하면서 기업들이 상생협력기금을 더 내는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이 경영환경에 맞춰 자체적으로 결정할 문제인 임금, 투자, 배당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경영을 위축시키는 사실상의 규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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