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홈쇼핑 회사들이 중소기업 제품만을 취급하는 ‘T커머스’(데이터방송을 통한 상품판매)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스스로 중기 제품에 대한 판매 창구 역할을 맡아 정부가 추진 중인 ‘중기 전용 TV 홈쇼핑’ 추가 신설에 제동을 걸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한국TV홈쇼핑협회는 10일 “중소기업 제품 판로 확대와 중기상생(中企相生)을 위해 T커머스 면허를 가진 5개 TV 홈쇼핑 사업자(GS홈쇼핑 CJ오쇼핑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NS홈쇼핑)가 중기 전용 T커머스 사업을 각각 추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T커머스는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디지털TV에서 리모컨 등으로 상품을 구매하는 것을 말한다. TV홈쇼핑처럼 독자 채널로 운영되는 ‘전용 방식’과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하다 TV 화면에 등장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보조 방식’이 있다.
TV홈쇼핑 업계는 T커머스가 개국하면 연간 6만1000회 이상 방송으로 중소기업 매출에 최소 3000억 원 이상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TV홈쇼핑 시간 편성에 밀린 중소기업 제품을 T커머스에서 방송해 역할 분담을 하겠다는 것이다. 한 홈쇼핑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휴면상태로 뒀던 T커머스 사업권을 중기 제품 판로 확대를 통해 공익적 차원에서 사용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2005년 5개 홈쇼핑업체와 KTH 아이디지털홈쇼핑 SK브로드밴드 드림커머스 TV벼룩시장 등 10개 업체에 T커머스 사업권을 내준 바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디지털TV 가입자가 많지 않아 실제 사업은 계속 미뤄져왔다. KTH와 아이디지털홈쇼핑만 각각 2012년과 지난해부터 일부 유료방송 플랫폼을 통해 사업을 시작했다.
홈쇼핑 업체들이 9년간 묵혀둔 T커머스 사업권을 다시 꺼내든 데는 다른 노림수가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2011년 중소기업중앙회가 최대주주인 홈앤쇼핑을 허가한 데 이어 최근 중기 제품만 취급할 제7의 홈쇼핑을 추가로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홈쇼핑 업체들은 이달 중순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할 ‘TV 홈쇼핑 중기지원정책’에 T커머스 사업 추진을 반드시 반영해 중기 전용 홈쇼핑 신설의 명분을 약화시킨다는 계획이다.
한 홈쇼핑 업체 관계자는 “TV홈쇼핑 채널들은 올 1월부터 프라임시간대 중기 제품 편성비중을 기존 51∼60%에서 54∼63%로 3%포인트가량 확대하는 등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만약 홈쇼핑이 또 생기면 채널번호 경쟁이 훨씬 심해져 홈쇼핑업체가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에게 줘야 하는 ‘송출수수료’만 급격히 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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