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은 아이랑 놀며 집에서 푹 쉬었어요. 나머지 일주일은 가족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신한은행에 다니는 A 씨는 지난달 말 2주간 여름휴가를 다녀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한은행 직원들은 영업일(월∼금요일) 기준으로 총 10일의 여름휴가를 보낼 수 있다. 주말을 포함하면 총 16일을 쉬는 셈이다.
반면에 한 국책은행에 다니는 B 씨는 아직 여름휴가 계획을 잡지 못했다. 지점장이 휴가를 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5일간 휴가를 사용할 수 있지만 선배들도 줄줄이 휴가가 밀려 있어 휴가를 갈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간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10영업일, 하나은행은 15영업일의 의무휴가를 준다. 그러나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 직원은 5영업일, 정부 산하 공공기관(예금보험공사)이 대주주인 우리은행 직원들은 직급에 따라 3∼5영업일의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국책은행 관계자들은 공공기관 특성상 휴가 가는 것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공무원이 5일간 휴가를 가는데 국책은행에 열흘씩 휴가를 가는 ‘간 큰’ 직원은 없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의 한 직원은 “정부에 소속된 공공기관이다 보니 임원들 사이에는 휴가를 안 가는 문화가 있다”며 “이런 분위기에서 직원들이 눈치 안 보고 맘대로 휴가를 갈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그러다 보니 장기 휴가를 즐기는 시중은행 직원들을 지켜보는 국책은행 직원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한 국책은행 직원은 “휴가를 장려하면 휴가를 가지 못할 때 지급하는 연차 보상비도 줄일 수 있고 직원들의 사기가 높아져 생산성도 올라가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지난해 산업은행은 60억 원, 기업은행은 190억 원의 연차 보상비를 지급했다.
산업은행은 휴가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이 거세지자 최근 들어 노조와 의무휴가 일수를 늘리고 연차 보상비를 줄이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산업은행이 ‘총대’를 메고 휴가 일수를 늘려 다른 국책은행에도 ‘눈치 안 보고 휴가를 가는 문화’가 확산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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