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 지혜]美서도 직장내 性평등 큰 이슈로… 편견 막을 묘안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3일 03시 00분


1950년대 이후 미국에는 기업 수가 급격하게 증가했고 경영자와 관리자가 많이 필요해졌다. 당연히 여성과 소수 인종의 임원 승진과 최고경영자(CEO) 임명이 확대됐다. 하지만 이런 ‘소수자’들은 불황이 닥치거나 기업이 어려워지면 상대적으로 가장 빨리 해고되는 집단이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알렉산드라 칼레브 교수는 1980년에서 2002년 사이에 이뤄진 327개 다운사이징 사례 연구와 심층 인터뷰를 통해 이를 입증했다.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흑인 경영자의 비중은 평균 4.5% 감소한 반면 백인 경영자의 비중은 평균 6% 늘었다. 백인 여성의 비중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업들의 조직 구조나 책임성 강화를 위한 제도들이 여성과 소수 인종 경영자 비중의 축소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 어떤 제도를 만들더라도 성적 인종적 ‘편견’의 개입을 막기는 어려웠다는 뜻이다. 해고 과정을 철저하게 제도화한 경우에도 백인 여성과 흑인 경영자의 비중은 각각 4분의 1과 5분의 1 감소했다.

이 연구는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뤄지는 해고의 절차적 제도적 정당성이 가지는 한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해고 대상자의 선정 과정을 합리적으로 제도화하기 위해 공식적 절차와 규칙들을 상세하게 발전시켜 왔지만, 그 자체만으로는 여성과 소수 인종에 대한 편향을 축소시키는 데 실패했다.

이 연구를 한국에 적용시켜 보면 주로 직장 내 여성 임직원 처우 문제와 관련해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한국 기업 내 ‘성평등’ 문제는 아직 경영진보다 중간간부층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 많은 여성 인재들이 출산과 육아 문제로 퇴사 압력을 받거나 승진에 불이익을 받아 중간간부에서 임원이나 경영자로 도약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의 경력 단절을 막을 제도적 방안도 만들어야겠지만 칼레브의 연구에서 드러났듯이 제도만으로 실질적인 평등이 이뤄지기는 어렵다.

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leew@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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