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란 그저 물리적인 배고픔을 뜻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사랑에 배고프고, 우정에 배고프고, 시간에 배고프고, 진짜 배가 고픈 것이므로 우리 삶에 대한 가장 거대한 은유다. -‘소울푸드’(백영옥 외 지음·청어람미디어·2011년)》
“아직 음식에 젓가락 대지 말아요. 사진 먼저 찍고 먹어요.”
최근 서울의 한 중국음식점. 주문한 꽃게튀김이 나오자 동석했던 일행 중 한 명인 상연이 카메라를 꺼내며 말했다. 늦은 저녁 시간이라 모두 배가 고팠지만 그의 카메라 셔터 소리가 멎을 때까지 아무도 젓가락을 들지 못했다. 꽃게튀김이 담긴 접시를 가운데 두고 카메라 셔터 소리와 일행들의 침 넘어가는 소리가 계주하듯 들려왔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요즘 유행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단골 메뉴 중 하나는 음식 사진이다. SNS에는 각자 무엇을 먹고 사는지에 대한 기록이 가득하다. 아예 음식 사진으로만 채운 ‘먹방’ SNS 계정을 만드는 이들도 있다. 중국음식점에서 사진을 찍은 상연의 페이스북에도 그날 밤 꽃게튀김의 고운 자태를 담은 사진이 올라왔다.
5년간 음식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진아에게 음식 사진을 올리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그는 “현대사회에서는 음식이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나타내주는 징표”라고 말했다. ‘먹거리’가 사회에서의 지위와 취향을 나타내주는 몇 안 되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2011년 발간된 ‘소울푸드’는 소설가와 가수 등 사회 각계각층의 유명인사가 무엇을 먹고 살았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그들이 먹은 음식들은 평범했다. 라면, 주먹밥, 카레 등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저자들은 음식의 가치는 함께 먹은 사람이나 시기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페이스북에 올릴 사진을 찍는 데 급급해 식탁을 사이에 두고 앉았던 사람의 표정을 살피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어떤 음식이 솔 푸드로 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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