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분 줄이고 당분 줄이고 맛은 그대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9일 03시 00분


식음료업계, 심장병-비만 예방 ‘소금-설탕 최소화’ 제품 봇물

《몇 년 전만 해도 ‘짠맛’이나 ‘단맛’은 음식의 맛을 더해주는 중요한 요소로 여겨졌다.적당히 짜지 않아 ‘밋밋하다’혹은 ‘싱겁다’는 평가를 받으면 ‘맛있는 음식’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질 정도였다. 디저트를 먹을 때도 ‘심심한 맛’이나면 매력적인 느낌이 덜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맛의 한복판에 있던 소금과 설탕이 최근에는 아예 ‘퇴출 대상’이 될 정도로 그 위상이 낮아졌다.》

심장병이나 비만 등 짜거나 단 것을 많이 먹었을 때 나타나는 각종 질병을 예방하려는 움직임이 중장년층은 물론이고 젊은층에까지 번지면서 ‘저염 식단’이나 ‘저당 식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런 움직임을 감지한 식음료업계가 소금과 설탕 함량을 줄인 저염·저당 제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특히 짠맛과 단맛을 줄이면서도 특유의 맛을 그대로 내기 위한 연구에 초점을 모으고 있다.

○ 김치·고추장에 들어가는 소금을 줄여라


최근 짠맛을 줄인 제품이 줄을 잇고있다. 대상FNF 종가집의 ‘건강한 김
치’(왼쪽)와 신송식품이 내놓은 ‘짠맛을 줄인 순쌀 태양초 고추장’. 각 업체 제공
최근 짠맛을 줄인 제품이 줄을 잇고있다. 대상FNF 종가집의 ‘건강한 김 치’(왼쪽)와 신송식품이 내놓은 ‘짠맛을 줄인 순쌀 태양초 고추장’. 각 업체 제공
22일 대상FNF 종가집에서 내놓는 ‘건강한 김치’는 김치 특유의 짠맛을 줄인 ‘저염 김치’다. 나트륨을 줄이면서도 기존 맛을 유지하기 위해 개발에만 3년이 걸렸다고 한다. 대상FNF는 저염 김치 개발을 위해 3명의 전담 인력을 두기도 했다.

핵심은 ‘절임’ 과정을 바꾸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개선 과정은 만만찮은 작업이다. 배추절임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김치가 물러지고 ‘발효’가 아닌 ‘부패’가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었다. 대상FNF 관계자는 “소금의 양을 줄이는 대신 평균 14시간 정도 하던 배추절임 시간을 조금 늘렸다”고 말했다. 소금의 양이 줄어들어 나타나는 제품 팽창 및 보관 문제는 가스 흡수제를 넣거나 냉장 과정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저염 김치 개발을 위해 3년 동안 대상FNF가 투자한 비용은 약 40억 원이며 실험용 배추만도 약 1만 포기가 쓰였다.

아워홈도 최근 저염 김치 제품인 ‘손수 담은 아삭 김치’를 내놓았다. 나트륨 함량이 기존 제품의 절반 수준인 100g당 374mg인 것이 특징이다. 아워홈 관계자는 “기존 김치 제품에 사용된 것보다 약 40% 염도가 낮은 저염수를 쓰는 대신 절임 시간을 더 늘렸다”고 밝혔다.

장류 분야에서도 최근에는 저염 제품이 인기다. 신송식품이 내놓은 ‘짠맛을 줄인 순쌀 태양초 고추장’은 기존에 내놓던 고추장들과 비교해 염도를 17%포인트 낮췄다. 이런 경향은 심지어 짭짤한 맛이 핵심인 치즈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매일유업이 내놓은 어린이용 제품인 ‘유기농 첫 치즈’와 ‘유기농 아기 치즈’는 제품 1장(18g)당 나트륨 함량을 기존 제품 대비 60% 수준으로 낮췄다.

○ 음료업계 “설탕을 줄여라”

단맛을 줄인 음료들. 왼쪽부터 스타벅스코리아의 ‘스트로베리 치즈케이크 프라푸치노’, 정식품의 ‘베지밀 무첨가 두유’, 한국야쿠르트의 ‘야쿠르트저당’. 각 업체 제공
단맛을 줄인 음료들. 왼쪽부터 스타벅스코리아의 ‘스트로베리 치즈케이크 프라푸치노’, 정식품의 ‘베지밀 무첨가 두유’, 한국야쿠르트의 ‘야쿠르트저당’. 각 업체 제공
커피나 유제품을 만드는 음료업계는 단맛 줄이기에 나섰다. 한국야쿠르트가 11일 내놓은 ‘야쿠르트 저당’이 대표적이다.

기존 야쿠르트 제품인 ‘야쿠르트 400’을 새롭게 바꿔 내놓은 이 제품은 100mL당 12.5g이던 설탕 함량을 6g으로 50% 이상 줄였다. 18일에 내놓은 ‘세븐 허니’ 역시 당 함량을 11.1g에서 8.4g로 낮췄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제품 리뉴얼 과정에서 당 함량을 줄였다”며 “앞으로 전 제품의 당 함유량을 낮춰 새롭게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식품은 콩 외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은 ‘베지밀 무첨가 두유’를 지난달 31일 시판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최근 저당 제품을 마시려는 소비자들을 겨냥해 당 함량을 기존 제품 대비 평균 25% 낮춘 ‘라이트’ 음료들을 한국 시장용으로 독자 개발해 내놨다.

여름 한정 음료인 ‘스트로베리 치즈케이크 프라푸치노’와 ‘커스터드푸딩 커피 프라푸치노’ 등이 대표적이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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