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소 직원도 “가격표로는 어떤 부품인지 몰라”
품목별로 검색 안되고 가격 달라… 오래된 부품-국내 없는 부품도 올려
국산차는 차대번호 넣어야 확인… ‘소비자 선택권 확보’ 취지 안맞아
“전문가들도 뭐가 뭔지 모르는데 일반 소비자들이 가격표만 보고 어떤 부품인지 구별할 수 있다는 건 말도 안 되죠.”
8일 포드의 공식 서비스센터인 프리미어모터스 서초서비스센터에서 만난 직원은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가 공개한 부품가격 목록을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는 “2000년대 초에 출시된 모델에 들어가는 부품부터 최신 모델 부품까지 섞여 있기 때문에 차량번호나 차대번호 없이는 구분하기 어렵다”며 “정부에서 가격을 공개하라고 해서 대략적으로 공개했을 뿐”이라고 털어놨다.
2일 자동차부품 가격 공개제도가 시행되면서 자동차 업체들이 홈페이지에 부품가격을 올려놨지만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는 12개 자동차 브랜드 홈페이지에서 중형 세단의 앞 범퍼 가격을 검색한 뒤 리스트를 출력해 해당 브랜드의 정비소를 찾아가 봤다. 정비소에서 만난 대부분의 직원은 검색 결과에 나온 부품이 구체적으로 어떤 부품을 뜻하는지 알 수 없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일부 브랜드는 현재 팔지 않는 제품까지 홈페이지에 올려놓기도 했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홈페이지에서 XF ‘커버 범퍼(cover bumper)’로 검색했더니 부품명은 같지만 가격이 다른 제품이 25개 나왔다. 재규어랜드로버 성산서비스센터 직원은 158만5600원이라고 나온 부품의 번호(02C2C36635×××)를 검색해 보더니 “국내 재고가 ‘0’으로 나온다”며 “카탈로그에도 없어 어떤 부품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내에 없는 제품이 리스트에 올라 있는 것이다.
폴크스바겐 부품은 정비소에서 확인조차 할 수 없었다. 홈페이지에서 ‘파사트 2.0 TDI’를 검색하니 1406개의 부품이 나왔다. 하지만 ‘범퍼’ 등 구체적인 품목별로 검색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폭스바겐 성수클라쎄오토서비스센터 직원은 “홈페이지에 나온 번호는 단순히 순서를 매기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직원은 “범퍼 가격은 약 70만 원”이라고 했지만 홈페이지에 ‘범퍼’라고 적힌 9개 부품 값을 모두 더해도 35만 원이 되지 않았다.
BMW코리아 홈페이지에서 ‘범퍼(bumper)’를 검색한 뒤 나온 10만6800원짜리 부품을 코오롱모터스 강남역서비스센터에서 문의했더니 직원은 “1980년대 초에 출시된 차량의 앞 범퍼”라며 “입사한 지 10년 됐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부품”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수입차들은 홈페이지에서 바로 부품 값을 조회할 수 있지만 현대·기아자동차와 르노삼성자동차는 차대번호를 입력해야 가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차량을 구입할 때 부품 가격까지 고려해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진 것이다.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자동차회사들이 부품 가격을 공개하지 않을 때에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가격을 공개하기만 하면 처벌은 안 받는다는 의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