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원 오후5시 퇴근-年1개월 휴가 정착 목표”

[저녁을 돌려주세요 2부]‘야근퇴출’ 주도 최종양 사장
“야근 잦은 부서 오전 업무 느슨… 똑똑한 일처리로 생산성 높여야”

“나의 비전은 전 직원이 매일 오후 5시에 퇴근하고, 매년 한 달 휴가를 가는 회사를 만드는 것입니다.”

‘강제소등제’를 실시하고 있는 이랜드월드의 최종양 사장(52·사진)은 회사에 대한 자신의 비전을 이렇게 말했다. 그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을 열심히 한다’는 것의 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손해를 보는 제도 아닌가.

“일하는 시간이 길다고 성과가 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직원들은 지식노동자다. 지식 없는 사람이 8시간 일하는 것보다 지식 있는 사람이 1시간 일하는 것이 생산성이 훨씬 높다. 일을 느슨하게 하자는 것이 아니라 일을 똑똑하게 하자는 취지로 강제소등제를 도입했다.”

―굳이 강제소등을 택한 이유는….

“몇 년간 회사 차원에서 ‘일랜드 이미지를 버리자’면서 정시퇴근을 강조했다. 하지만 윗사람 눈치를 보거나 일을 낮에 마치지 않아 야근을 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았다. 불을 꺼서 내쫓지 않는 한 정시퇴근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힘들어 보였기 때문이다.”

―직원들 사이에 갈등은 없었나. 윗사람일수록 이 제도를 반대했을 것 같은데….

“개인의 삶을 포기한 채 회사 일에 매달리는 사람이 능력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아직도 있다. 그런 생각에 얽매인 리더들이 있는 한 회사는 바뀔 수 없다. 정시퇴근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부서장의 태도다. 그렇기 때문에 팀별 ‘불법야근’에 대한 책임을 부서장이 지도록 했다.”

―정시퇴근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직원들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야근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직원들도 있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야근이 꼭 필요한 부서는 없다. 일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 야근을 반복하는 부서는 오전에 느슨하게 일하다가 오후에 저녁 먹고 서둘러 일을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 되도록 오전 중에 일처리를 해야 한다. 그러려면 주말에 한 주간 업무계획이 머릿속에 잡혀있어야 한다. 출근하면 그 계획대로 바로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