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글로벌 戰場을 가다]<3>현대車 유럽수출 첨병 체코공장
동아일보-채널A 공동기획
‘자바제크(Z´avazek).’
21일(현지 시간) 체코 동북부 오스트라바 시 인근 노소비체 현대자동차 체코 공장. 차체에 모듈을 조립하는 의장 공장에 들어서자 체코어로 ‘선서’를 뜻하는 이 단어와 함께 아래에 직원들의 서명이 빼곡히 적힌 게시판이 보였다. 김승도 현대차 체코법인(HMMC) 법무담당 차장은 “품질 좋은 차를 만들겠다는 직원들의 약속을 담은 것”이라고 소개했다.
공장 섀시(차대) 조립 라인에 들어섰다. 로봇팔에 매달린 섀시가 다가오자 직원 4명은 섀시를 재빨리 차체와 연결하고 서스펜션, 브레이크 등을 조정한 뒤 약 20개의 볼트를 순식간에 조였다. 모든 작업은 1분 안에 끝났다. 김 차장은 “체코 공장에선 1분당 1대의 차량이 생산된다”고 설명했다.
○ 유럽 수출 첨병기지, 체코 공장
현대차가 HMMC를 필두로 유럽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HMMC의 판매량은 30만4066대. 이 중 체코에서 판매한 차는 1만601대(3.5%)뿐이다. 나머지는 독일 영국 러시아 호주 이스라엘 등 55개국에 수출했다. 표트르 베네크 HMMC PR담당 이사는 “서유럽에 집중해 판매하던 물량을 유럽 재정위기 이후 태평양 지역, 중동, 남미, 아프리카 등으로 다변화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HMMC는 2006년 7월 설립돼 2008년 11월 양산에 돌입했다. 현재 ‘i30’ ‘i30 왜건’ ‘ix35’(한국명 ‘투싼ix’) ‘ix20’ 등 유럽 전략형 4개 차종을 생산하고 있다. 11억 유로(약 1조4696억 원)를 투자해 198만 m²의 부지에 공장 면적은 27만 m²에 이른다. 최동우 HMMC 법인장은 “유럽 경기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프랑스 내 르노, PSA 등의 공장 가동률이 60%에 머무르지만 현대차 체코 공장은 매년 가동률이 100%를 웃돈다”며 “주말 근무와 잔업이 전혀 없는 체코 공장 특성상 근무시간을 조정하면 추가 투자 없이도 36만 대까지는 증산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1개월 반 전에 딜러로부터 주문을 받아 바로 생산에 반영하기 때문에 고객이 차량을 빨리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체코 공장 외에도 터키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전 관세 절감 및 환율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신설된 두 공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유럽기술연구소, 현대차유럽법인(HME)과 함께 연구개발(R&D), 생산, 판매 일관체계를 갖추고 있다. 앨런 러시포스 HME 수석부사장은 “유럽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95%가 유럽에서 개발되고 90%가 체코와 터키에서 생산된다”고 설명했다. 유럽 모델은 가속 성능을 향상시키고 서스펜션은 딱딱하게 하는 등 유럽의 도로 및 운전습관에 맞춘 것이 특징이다.
현재 체코에 공장을 보유한 자동차 업체는 스코다, 도요타 및 PSA 합작법인, 현대차뿐이다. 현대차는 1∼7월 스코다, 폴크스바겐에 이어 점유율이 9.3%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기아차 점유율은 3.4%로 8위다.
○ 슬로바키아 기아차 공장과 시너지
현대차의 체코 진출이 쉬웠던 것은 아니다. 소노비체는 기아차 공장이 있는 슬로바키아 질리나에서 불과 85km밖에 떨어지지 않은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 그러나 일부 주민과 시민단체들이 “환경오염 우려가 있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결국 ‘공장 주변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마을로 전해지지 않도록 3∼7m 높이의 벽을 만든다’는 조건 아래 공장 허가를 받았다. 공장 앞에는 잔디로 덮은 언덕을 만들어 언덕 밖에선 공장이 보이지 않게 했다.
현재 체코 공장에 대한 평판은 완전히 달라졌다. 올 3월엔 공장 앞 이름 없던 도로에 ‘현대1’부터 ‘현대5’라는 이름을 붙여 지도에서 찾기가 훨씬 쉬워졌다.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이 지난해 10월에, 보후슬라프 소보트카 총리가 3월에 방문하기도 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단체 투어도 진행해 현재까지 1만3600명이 방문했다. 김 차장은 “HMMC 직원 3197명 중 주재원이 45명으로 현지 고용 창출에 앞장서는 데다 사회공헌에 적극 나선 결과”라고 설명했다.
기아차 질리나 공장과는 생산 시너지를 내고 있다. 체코 공장에서는 변속기를 만들고 슬로바키아 공장에서는 엔진을 만들어 함께 사용한다. 협력사들도 부품을 공유한다. 최 법인장은 “처음엔 안정적으로 부품을 조달하기 위해 협력사들과 동반 진출할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두 공장의 협력사 약 20곳 중 7∼8개가 폴크스바겐 등 해외 업체들에도 납품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양보다 질, “사랑받는 브랜드 되겠다”
현대·기아차는 2009년부터 공격적으로 중소형 신차를 선보여 점유율이 지난해 6.3%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올 상반기(1∼6월) 5.9%로 소폭 내려갔다. 주력 모델이 노후화한 까닭이다. 이에 현대차는 ‘2017 프로덕트 모멘텀’이라는 전략 아래 연말 ‘i20’과 내년 ‘ix35’, 내후년 ‘i30’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일부 브랜드가 차 값을 25∼40% 할인해주는 것과 달리 현대차는 ‘제 값 받기’ 전략을 펴고 있다.
이에 앞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3월 HMMC, HME 등을 방문해 “공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품질 좋은 차를 만들고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가 돼야 한다”며 “모델이 노후화해 식상하지 않도록 적기에 신상품을 출시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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