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최연혜 사장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야심 차게 추진해 온 서울 수색 역세권 개발사업이 첫 삽을 뜨기도 전에 좌초될 위기를 맞았다. 최근 코레일이 수색 역세권 개발 사업자를 공모한 결과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시행사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색 역세권 개발사업은 지하철 6호선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역부터 경의선 수색역까지 20만201m²의 터를 업무, 상업, 문화 시설을 고루 갖춘 대규모 복합단지로 개발하는 계획이다. 최 사장은 연초 “코레일의 경영 개선을 위해서라도 역세권 개발은 꼭 필요하다”며 수색역 등 핵심 역세권 개발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 암초 부딪친 역세권 개발사업
31일 찾은 DMC역과 수색역 일대에는 도로 양쪽으로 1층짜리 낡은 상가들이 늘어서 있었다. 수색역 건너편 ‘주거환경 개선지구’로 지정된 지역에는 지은 지 족히 30년은 넘어 보이는 다세대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54년째 이곳에 사는 주민 이모 씨(66)는 “1997년부터 개발 얘기만 무성했지 진행된 게 없어 역 일대가 슬럼화됐다”고 말했다.
코레일은 2007년부터 이 일대에 백화점, 마트, 오피스, 영화관 등 복합개발을 추진해왔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와 토지 소유자 간의 이견 등으로 진척을 보지 못했다. 올해 공공기관 정상화의 일환으로 부채감축이 당면 과제가 되자 최 사장은 2007년(15만3503m²) 당시 계획보다 규모를 키워 개발을 재추진했다. 서울 도심에서 규모가 큰 오피스 빌딩 중 하나인 서울파이낸스센터(대지면적 6769m²) 약 30개동을 지을 수 있는 규모다. 하지만 18일 마감한 공모에는 사업자가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코레일 관계자는 “5월 22일 사업설명회에는 30여 개 업체가 참석해 관심을 보였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신청한 업체가 없었다”며 “부동산 경기가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워낙 대규모이다 보니 민간시행사들이 개발 가능성을 낮게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코레일이사회에서도 개발의 실현 가능성을 놓고 우려가 나왔다. 한 참석자는 3월 27일 이사회에서 “도시개발 가이드라인, 차량사업소 통합 이전 등 진행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는 수색 역세권 사업을 현재의 부동산시장 상황을 감안해 서울북부역 사업과 시차를 두고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코레일 경영진은 “공기업 경영정상화 방안에 포함된 사안으로 부채감축 계획을 이행하기 위해 사업시기를 늦추기 어렵다”며 사업을 강행했다. ▼ 적자투성이 민자역사들 코레일 출신 재취업 통로… 2014년만 22명 ‘낙하산’ ▼
코레일은 개발규모를 줄이는 방향으로 재공모를 추진할 방침이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코레일은 용지에 각종 시설을 다 넣는 ‘장밋빛 청사진’을 요구하지만 복합시설을 한꺼번에 짓기에 수색역 일대가 그렇게 ‘핫’하지도 않을뿐더러 규모를 줄인다 해도 업체 한 곳이 감당하기엔 여전히 큰 규모”라고 말했다.
○ 민자역사 배당도 지지부진
코레일이 경영개선을 위해 운영하는 민자역사도 사업실적이 부진하다. 이 사업은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복합역사를 개발하고 코레일의 출자지분만큼 배당금을 받는 방식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에 따르면 코레일은 2011년 이후 최근 4년간 민자역사 13곳 가운데 용산역을 운영하는 ㈜현대아이파크몰(코레일 지분 9.9%)과 왕십리역을 운영하는 ㈜비트플렉스(23.8%) 등 8곳에서 배당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 미배당 역사의 지난해 재무현황을 살펴보면 부평역사를 제외한 모든 회사가 적자 누적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이렇게 경영이 부실한 민자역사가 코레일 퇴직자의 재취업 자리로 활용된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2010년 이후 현재까지 1급 이상 코레일 퇴직자 52명이 출자기관인 민자역사에 재취업했다. 대전충남본부 기술1급을 지낸 박모 씨는 6월 16일 퇴직해 6월 27일 ㈜현대아이파크몰 감사에 재취업하는 등 올해만 22명이 민자역사로 옮겨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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