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빨갛게 익은 사과에서 아삭아삭 소리가 들릴 듯했다. 알알이 통통한 포도에는 달콤함이 배어 있었다. 어설픈 주부가 보아도 과일 품질은 최상이었다. 26일 찾은 경기 안양시 만안구 안양중앙시장 ‘대박농산물’에는 알록달록 과일들이 나란히 누워 싱싱함을 자랑하고 있었다. 가게도 크지 않고, 과일 종류도 단출했지만 손님은 끊이지 않았다. 올해 5월 개업한 과일가게 ‘대박농산물’은 청년 사장 김수환 씨(28)가 운영한다. 김 씨는 동아일보·채널A와 경기도가 함께 주최한 ‘청년상인 성공이야기 만들기’ 오디션을 통해 청년 사장으로 데뷔했다. 그때 선발된 6명 가운데 가장 먼저 청년 사장님이 됐다. 》
“장사만 한 일자리 없었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김 씨가 과일 가게를 내기로 결심한 것은 ‘밭떼기’로 과일을 서울 아파트 직거래 장터에 공급하던 아버지를 따라 다니면서부터다. 그 전에는 군대를 다녀온 뒤 편의점 아르바이트부터 택배기사, 막노동까지 쉼 없이 일을 했다.
“하루 두 가지 이상 일을 한 적도 많았어요. 추석 전후 택배 물류센터에서 밤새워 12시간 동안 택배 물건을 분류해 배달 차에 싣는 일이 정말 쓰러질 것같이 힘들었어요. 그렇게 열심히 일해도 한 달에 200만 원을 벌기 어렵더라고요.”
그러던 중 아버지를 도우러 갔다가 눈이 번쩍 뜨였다. 아파트 직거래 장터를 보니 하루 순익이 200만 원이나 되는 사람도 있었다. 어차피 힘든 일을 해야 한다면 장사를 해서 돈을 많이 벌고 싶어졌다. 2년간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일을 배웠고 이때 모은 돈이 창업 종잣돈이 됐다.
김 씨는 시장 구석구석 발품을 팔아 드나드는 손님을 세어 가며 시장 조사를 했다. 특히 하루 방문객이 2만 명에 달하는 안양중앙시장은 맛 좋은 과일만 공급한다면 승산이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 다만 안양중앙시장은 과일 값이 여느 시장보다 싼 편이었다. 점포 수가 1200여 개여서 상인들 사이에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었다. 김 씨는 가격을 낮추지 않고 품질을 올리는 전략을 세웠다.
“어릴 적 아버지가 과일 농사를 하셔서 사과 맛, 배 맛은 기막히게 볼 줄 알거든요.”
대박농산물 성공 비결은 맛, 맛
김 씨는 저장이 가능한 사과와 배 등은 산지와 직거래해 맛과 신선도를 유지한다. 저장이 어려운 참외 바나나 같은 여름 과일은 매일 새벽 도매시장을 찾아 직접 먹어보고 사 온다.
김 씨의 ‘첫 번째도 맛, 두 번째도 맛’ 전략은 고객들에게 통했다. 종종 덤을 달라고 하는 손님이 있어도 거절했다. 대신 시장에서 싼 과일을 파는 곳을 추천했다. 최고의 맛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팔고 있다는 자부심을 지키고 싶어서였다. 화를 내며 과일을 놓고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손님도 있었다. 한 번 과일 맛을 본 손님은 단골이 됐다. 하루 200만 원이던 매출이 한 달 만에 350만 원이 됐다.
“자정 무렵 도매시장에 나가 밤새 과일을 먹어가며 골라옵니다. 매일 서너 시간밖에 못 자지만 남에게 맡길 수가 없어요. 과일 맛이 금세 달라지거든요.”
김 씨는 10월부터 인터넷 블로그를 열고 전국 택배 서비스도 시작한다. 2호점, 3호점 내면서 과일가게 프랜차이즈도 운영해 볼 계획이다.
“정장 차려입은 친구들 보면 부러운 마음이 들다가도 10년 뒤 내 모습을 상상하면 이 일을 선택한 데 대해 후회가 없어요. 지금은 고생스럽지만 10년 뒤면 월급쟁이 친구들보다 성공해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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