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전통시장]싸지만 불편해서 안간다? 정보통신기술과 만나 확∼ 바뀌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일 03시 00분


서비스 달라진 전통시장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추석을 준비하려는 인파들로 붐비고 있는 전통시장. 동아일보DB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추석을 준비하려는 인파들로 붐비고 있는 전통시장. 동아일보DB
“추석 장보기, 역시 전통시장이네요!”

해마다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는 명절 물가 때문에 시달리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반응을 보일지도 모른다.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진행한 추석 장바구니 가격 조사 결과를 본다면 말이다.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5월 전국의 전통시장과 인근의 대형마트 각각 36곳, 대기업슈퍼마켓(SSM) 34곳을 대상으로 가격 조사를 했다. 수산물 건어물 곡류 과일 채소 가공식품 등 모두 40개 품목을 동일하게 구매해 가격을 합한 뒤, 업태별로 평균 가격을 구했다. 그 결과 전통시장이 세 곳 중 가장 낮은 평균가격(25만6371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와 SSM은 전통시장보다 각각 11.3%, 15.6% 비싼 28만9114원, 30만3664원이었다.

전통시장에서 장보면 최대 26% 싸

품목별로 보면 전통시장은 건어물 채소 곡물 등 주요 품목에서 가장 낮은 가격대를 기록했다. 가장 격차가 큰 것은 건어물과 채소였다. 전통시장의 건어물 평균가격은 1만6379원으로, 대형마트(2만2133원)보다 26.0%, SSM(2만215원)보다는 19.0% 저렴했다. 채소류의 경우 전통시장(1만7191원)의 평균 가격이 SSM(2만2519원)에 비해 23.7%, 대형마트(1만9872원)에 비해 13.5%나 쌌다. 이 외에도 전통시장은 대부분 부문에서 대형마트나 SSM보다 가격대가 낮았다. 육란류(고기와 계란 등)의 경우 10∼14%, 곡물류는 11∼15%, 가공식품은 11∼12%, 공산품은 12∼23% 쌌다.

반면 수산물과 과일류는 대형마트와 SSM이 전통시장보다 더 쌌다. 수산물의 경우 대형마트 평균가격은 1만7346원으로, 전통시장(1만7934원)에 비해 3.4% 쌌다. 과일류의 경우 대형마트(4787원)와 SSM(5079원)이 전통시장(5154원)에 비해 각각 7.7%, 1.5% 저렴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는 “조사 품목과 상점이 각각 달라 세부 금액은 조금씩 다르지만, 전통시장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가장 저렴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전통시장을 찾는 것이 장바구니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서비스가 엉망이라고? 옛날 얘기”


사람들이 전통시장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불만은 불편함과 서비스 부족이다. 인터넷을 이용한 다양한 배송 서비스도 이용할 수 없는 데다 고객에 대한 서비스 정신도 부족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전통시장 상인들과 정부, 관계기관 등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이 같은 편견이 깨지기 시작했다. 최근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한 다양한 서비스 정책을 도입하는 시장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현상이다.

인천의 신기시장은 5월부터 ‘스마트 배송 시스템’을 통한 무료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집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고객들을 위해 시장이 마련한 것이다. 이 서비스는 간단하다. 고객이 전통시장에서 쇼핑을 마친 뒤 장바구니를 ‘무인 택배함’에 넣으면, 2시간 이내에 시장 측이 장바구니를 목적지까지 배송해주는 것이다. 시장에서 5km 이내에만 있는 곳이라면 모두 무료다(일부 시장은 유료로 운영 중).

맞벌이 부부나 외출이 어려운 노인을 위한 ‘장봐주기 서비스’를 도입한 곳도 있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구매요청을 하면, 대신 장을 본 다음 물품을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식재료를 구매할 경우 시장에 있는 도우미와 전화 통화를 할 수도 있다. 이 도우미는 고객이 만들고 싶은 음식에 대해 상의하고, 이에 맞는 재료와 수량을 권유해주는 역할이다. 이 제도는 특히 주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대전중앙시장의 경우 도입 한 달 만에 주문 건수가 180여 건에 달하기도 했다. 이 제도는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지난해 9월부터 주도해 만든 것들이다.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지난해 50여 곳에 이 제도를 시범 도입한 데 이어 올해 30여 곳의 시장에 이 제도를 추가로 적용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집 근처에 있는 전통시장을 찾아주고 이 시장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알려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도 있다. ‘매력 넘치는 우리 시장’ 앱이 바로 그것이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집 근처에 있는 전통시장을 찾아주고, 찾아가는 길과 주차장을 안내해준다. 또 시장과 관련한 다양한 소식도 알려준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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