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표류 ‘가로림 조력발전 사업’… 환경부 규제에 막혀 무산될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일 03시 00분


정부 에너지 정책 맞춰 참여 기업들… “사업 좌초땐 투자한 480억 날릴 판”

세계 최대 규모의 조력발전사업인 가로림조력발전소 건설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이 사업은 충남 태안군 가로림만에 설비용량 520MW급 조력발전소를 세우는 프로젝트로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 확대의 일환으로 추진돼 왔다.

1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서부발전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이 컨소시엄을 이뤄 2006년부터 추진해 온 가로림조력발전은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에 발목이 잡혀 지금까지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는 2010년 이후 해당 사업의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한 차례 반려에 이어 5차례 보완을 요청했고 지난달 9일 최종 보고서가 접수된 상태다.

문제는 이번에도 환경영향평가에 통과하지 못하면 사업 추진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점이다. 조력발전소는 방조제를 건설하기 위해 공유수면을 일부 메워야 하는데 이번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해야 올해 11월 17일로 끝나는 국토교통부의 공유수면 매립 기본계획에 사업 계획을 반영할 수 있다. 가로림조력발전 관계자는 “이번 환경영향평가에서도 탈락하면 5년마다 이뤄지는 공유수면 매립 기본계획의 승인을 무작정 기다릴 수 없어 사업 추진이 불가능하다”며 “사업이 좌초되면 지금까지 투자한 480억 원을 날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로림조력발전에 따르면 환경영향평가 관련 보고서는 통상 450쪽이면 되는데 이번 프로젝트와 관련해선 환경부 평가위원들이 자주 변경되면서 매번 요청 사항이 늘어 6번의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모두 5300쪽까지 분량이 늘어났다.

회사 측은 환경영향평가와 별도로 조력발전소 건립으로 피해를 보게 될 지역 주민과 보상 문제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 왔다. 현재 사업 지역에서 어업권을 소지하고 생계를 이어가는 이해당사자 5000여 명 중 4017명(약 80%)이 사업에 찬성해 보상위임장을 제출했다.

총 사업비가 1조8000억 원에 이르는 가로림조력발전 사업은 세계 최대인 시화 조력발전소(254MW)보다 2배 이상 규모가 크고 충남지역 전기 사용량의 40%가량을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건설 과정에서 연간 130만 명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완공 후에는 관광산업과 연계해 지역경제 발전과 신규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민간 사업자들이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따라 추진한 사업을 정부 규제로 발목을 잡는 것은 전형적인 탁상공론 행정이자 아이러니”라고 지적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조력발전사업#가로림조력발전소#환경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