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의 실패로 빈털터리 신세… 지하 사무실서 이 악물고 새출발
치근관 충전재 분야서 세계 1위… 매출의 10% 연구개발에 투자
“혈관 연결수술 100% 성공률… 생체분해 혈관문합기에 큰 기대”
《 주식시장 투자자들이 중소상장기업에 대한 정보를 얻기는 쉽지 않다. 증권사 리포트와 기업설명회가 대기업 위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잘 찾아보면 지속적인 혁신과 기술개발로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중소상장기업이 의외로 많다. 동아일보는 코스닥,
코넥스 상장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직접 만나 경쟁력의 원천과 향후 경영 계획 등을 소개하는 ‘상장기업 & CEO’를
연재한다. 돈이 되는 기업에 대한 알짜 투자정보를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한다. 》
“혈관 한 개 연결하는 데 두세 시간 걸리는 수술시간을 30분 이내로 단축하고 수술 실패율을 제로로 만드는 ‘생체분해 혈관문합기’에 큰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오석송 메타바이오메드 회장(60)은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오송생명과학단지 내 본사 사무실에서 “혈관문합기가 동물실험 마지막 단계에 이른 만큼 이르면 2, 3년 뒤 제품을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닥 기업인 메타바이오메드가 계명대 의대와 공동개발 중인 생체분해 혈관문합기는 외상이나 인체조직 절제, 장기이식 등으로 끊어진 혈관을 쉽게 연결해 주는 의료기기로, 돼지의 정맥에 이어 간에 적용하는 실험에도 성공했다. 봉합실을 이용해 바늘로 혈관을 연결하는 기존 방식은 의사의 숙련도에 따라 수술 실패나 합병증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
메타바이오메드는 치아 신경치료를 받은 환자의 치아 한가운데 있는 대롱 모양의 빈 부분인 ‘치근관’을 메우는 의료 소재인 치근관 충전재 분야에서 세계 시장의 22%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 1위 기업이다. 또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인체에 흡수되는 수술용 실인 생분해성 봉합사를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개발했다. 이들 제품을 세계 10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327억 원)의 95%를 수출로 올렸다.
메타바이오메드는 치과 의료 소재와 생분해성 봉합사 중심의 사업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생체 재료와 의료기기 등의 개발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사람의 뼈와 형태가 유사한 산호를 재료로 만들어 생체 적합성이 뛰어난 인공뼈인 골수복재, 세계에서 처음으로 초소형 카메라와 광섬유 조명, 워킹 채널 등을 카테터에 일체화한 척추디스크 환자 수술용 내시경 ‘i-돌핀’, 줄기세포를 이용한 인공각막 및 피부, 뼈와 뼈 사이 빈 공간을 메워주는 정형외과용 골시멘트 등이 대표적이다. 또 메타네트웍스(옛 동양통신)를 자회사로 편입해 원격진료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서울대 전북대 등 7개 대학, 한국과학기술원 세라믹기술원 등 6개 연구기관,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6개 병원과 공동 연구체제를 구축했다. 1999년 기술연구소를 설립했으며 매년 매출의 10%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오 회장은 두 번의 사업 실패를 딛고 일어선 ‘오뚝이 경영자’다. 단국대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한 그는 대주산업 경리부장으로 일하다 1986년 치과 의료 소재를 만드는 미국계 회사 한국슈어프로덕트의 관리이사를 맡으면서 의료산업과 인연을 맺었다. 입사 3년 만에 노사 분규로 폐업하자 1989년 회사를 인수했으나 노조에 밀려 3개월 만에 회사를 포기했다.
치과 충전재의 사업 전망을 밝게 본 그는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인도네시아에 건너가 공장을 가동했으나 인도네시아산 제품을 구입하려는 곳이 없어 빈털터리가 됐다. 친척들의 재산까지 수억 원을 날린 그는 희망을 잃고 삶을 포기하려 했다. 이런 소식을 전해들은 친구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준 5000만 원으로 지하 사무실을 빌려 사장부터 운전기사까지 1인 5역을 하며 세 번째 도전에 나서 재기에 성공했다.
코스닥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오 회장은 “세계 시장 규모의 2∼3% 수준에 불과한 국내 시장만 쳐다봐선 안 된다”며 “이왕이면 규모가 큰 해외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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