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가 3일 기자들에게 배포한 e메일 첫머리에 담긴 내용이다. ‘카스맥주 소독약 냄새’ 루머를 수사 중인 경찰이 이날 오전 하이트진로 사옥과 대전 대리점을 전격 압수수색한 것에 대해 수사를 의뢰한 경쟁사를 문제 삼은 것이다.
하이트진로가 배포한 500자 분량의 짧은 자료에서 경찰이 자사(自社)의 한 직원의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압수수색한 이유라든지 후속 조치에 관한 설명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압수수색이나 세무조사 같은 일이 벌어질 때면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거나 ‘재발 방지에 노력하겠다’는 등 기업들의 일반적인 대처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번 사건은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카카오톡’이나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는 “카스에서 소독약 냄새가 난다”, “가임기 여성이 마시면 안 된다”는 글이 빠르게 퍼져 나갔다.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오비맥주는 악의적 유언비어 유포자를 찾아달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인체에 치명적인 해를 끼칠 수 있다’는 루머는 식품 제조업체의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칠뿐더러 회사를 존폐 위기까지도 몰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 의뢰 과정에서 특정 회사나 인물을 지목하지 않았는데 공교롭게 경찰이 하이트진로 한 직원의 기물을 압수수색하면서 양사의 신경전은 극으로 치닫고 있다. 하이트진로로서는 지금의 상황이 달가울 리 없다. “논란을 불러온 것은 오비맥주 제품인데 왜 우리가 이 문제로 곤혹스러워야 하느냐”는 불만을 내놓을 수도 있다. “개인의 문제일 뿐 회사 차원의 개입은 없다”며 선을 긋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비치는 모습은 영 개운치가 않다. 국내 주류업계는 유사한 사건이 과거에도 끊이지 않았다. 하이트진로 임직원들은 롯데주류 ‘처음처럼’에 쓰이는 알칼리 환원수가 건강에 해롭다고 비방한 혐의로 지난달 유죄 판결을 받았다. 4월에는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에서 경유 냄새가 난다는 루머를 퍼뜨린 롯데주류 임직원들이 검찰에 송치됐다.
국내 업체들이 상호 비방에 열을 올리는 새 소비자들은 점차 수입 주류로 눈을 돌리고 있다. 3년 전 한 자릿수에 머무르던 대형마트의 수입 맥주 점유율은 올 들어 20%를 넘어섰다. 롯데주류의 ‘클라우드’ 출시로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미국 등 외국 맥주업계는 자사의 품질 개발과 마케팅에 열중할 뿐 이들이 경쟁 업체를 비방하는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는 얘기를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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