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시스템 교체과정 무슨 일이
李행장, 보고받고도 위법 확인안해… 林회장, 불만품은 IT간부 해임요구
금융감독원은 4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게 중징계를 내리고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금융위원회에 중징계를 건의하기로 결정한 뒤 국민은행 주(主)전산기 교체 문제를 둘러싸고 KB금융과 국민은행 내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공개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갈등은 지난해 7월 시작됐다. 당시 국민은행 전략본부는 주전산기 교체를 검토하기 위해 한 컨설팅 업체에 당시 사용 중이던 IBM의 ‘메인프레임’과 교체 예정인 ‘유닉스 시스템’의 장단점을 비교해 달라는 용역을 맡겼다.
컨설팅업체는 같은 해 10월 “유닉스로 전환하면 수백억 원의 비용이 들며 현재 쓰고 있는 체제를 계속 사용하는 데 특별한 리스크가 없다”는 용역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이 업체는 이틀 뒤 “전략본부가 요청한 내용을 반영해 메시지와 톤을 조정했다”며 “유닉스로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고서의 결론을 바꿨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는 “정윤식 국민은행 전략본부장의 지시로 보고서 내용이 변경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정 본부장이 임 회장과 이 행장 중 누구의 지시를 받았는지, 아니면 스스로 결정해 행동했는지는 불명확하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는 같은 해 11월 국민은행 본부장들이 참여하는 경영협의회를 앞두고 한 번 더 내용이 바뀌었다. 당시 국민은행의 정보기술(IT)기획부는 용역보고서를 토대로 만든 회의 참고자료를 KB금융지주 IT기획부에 보고했다. 그러자 지주사의 IT기획부는 회의 참고자료에서 유닉스 시스템으로 변경할 때 들어가는 교체 비용 부분을 삭제하고 “현재 대부분의 은행이 유닉스를 사용하고 있다”는 내용을 끼워 넣었다. 은행 측이 반발했지만 지주사는 보고서 수정을 강행했다.
금감원은 3000억 원이 소요되는 주전산기 교체 과정에서 일어난 각종 조작 행위를 임 회장과 이 행장 모두 알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태를 확대시킨 책임을 물어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는 것이다.
특히 금감원은 임 회장이 지난해 10∼12월 이 행장을 만나 주전산기를 유닉스로 전환하는 과정에 불만을 품은 국민은행의 당시 IT본부장을 해임할 것을 요구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행장에 대해서는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11차례 보고를 받고도 위법행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을 중징계의 이유로 들었다.
이에 대해 임 회장 측은 “시스템 교체 문제와 관련해 한 번도 구체적인 내용에 개입한 적이 없으며 인사와 관련한 절차는 모두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며 금감원 발표 내용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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