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을 끝내고도 한동안 여운이 남아 기억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 자동차가 있다. 그런 차의 대부분은 주행성능이나 핸들링에서 기자에게 진한 감동을 준다. 지난 주말 시승한 폴크스바겐 7세대 골프 GTD가 바로 그런 자동차 가운데 하나다.
현재까지 출시된 골프 가운데 가장 강력한 성능을 가진 신형 GTD는 다방면에서 매력이 넘친다. 1982년 첫 선을 보인 GTD는 그란 투리스모 디젤(Gran Turismo Diesel)의 약자다. 7세대까지 진화하면서 고성능 스포츠 해치백의 완성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혹자는 골프를 ‘빈자(貧者)의 포르쉐’라고 부르기도 한다. 작은 돈을 지불하고도 강력한 스포츠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자동차라는 의미다. 그러나 골프의 모든 모델에 이런 별칭을 붙이기는 힘들다. 적어도 GTD나 GTI 정도는 돼야 자격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고성능일수록 가격은 더 비싸지는 것이 진리다. #정교한 차체는 강력한 주행성능의 원천 신형 GTD는 군더더기 하나 없이 날렵하고 깔끔하게 정돈된 외관을 가졌다. 아무리 뜯어봐도 보태거나 빼야할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이전 모델보다 전고가 30mm 낮아진 대신 전장과 전폭은 각각 55mm, 15mm 길어져 더욱 안정적인 모습이다. 이런 비율은 무게중심을 낮춰 역동적인 주행에 도움을 준다.
현존하는 플랫폼 가운데 가장 혁신적이라는 레고 조립방식 MQB(가로배치 엔진 전용모듈 매트릭스) 플랫폼에서 완성된 정교한 차체는 강력한 주행성능의 원천이다. 여기에 토네이도 라인과 허니컴 라디에이터 그릴, 커진 전면 공기흡입구, 크롬 트윈 배기파이프, 블랙에어로 다이내믹 슬랫, 블랙 스플리터 등을 적용했다.
휠베이스가 62mm 늘어나면서 실내공간이 넓어졌다. 뒷좌석 레그룸은 15mm, 엘보룸의 폭은 22mm 늘어났다. 트렁크도 이전 세대보다 30리터 늘어난 380리터. 여기에 6대4로 분할이 가능한 뒷좌석을 접으면 1558mm까지 화물공간의 길이가 늘어난다.
실내 인테리어는 골프 특유의 간결하고 실용적인 배치가 돋보인다. 각종 버튼들은 운전자의 손끝이 닿는 센터페시아에 쓰게 편하게 정리했다. 시트는 비엔나 가죽으로 만들어진 스포츠시트로 운전자의 온몸을 감싸 격렬한 주행에도 자세가 쉽게 흐트러지지 않는다. #초반부터 치고 나가는 맛 일품 주행 스트레스 없어 하지만 GTD의 가장 큰 매력은 강력한 주행성능에서 찾아야한다. 2.0TDI 엔진에 6단 DSG 변속기를 맞물려 최고출력 184마력(3500~4000rpm), 최대토크 38.7kg.m(1750~3250rpm)를 발휘한다. 최대토크가 1750rpm부터 시작해 초반부터 치고나가는 맛이 일품이다. 속력의 높고 낮음을 떠나서 주행 스트레스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다만 최근 7~8단 변속기를 탑재한 자동차들이 보편화되는 것을 감안할 때 6단 변속기는 조금 아쉽다.
디젤엔진 특유의 거친 숨소리와 꾸준하고 묵직한 가속감은 운전의 재미를 더하는 요소다. 제원표상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7.5초지만, 실제로 느끼는 가속감은 더 빠르다. 안전최고속도는 228km/h. #“차가 내 마음대로 움직여” 핸들링 일품 운전자들이 GTD에 열광하는 또 다른 이유는 핸들링이다. 이 차는 이미 독일 아우토반을 달리며 고속주행 능력을 증명해 보였지만, 실제로 타보면 구불구불한 도로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바로 정확한 핸들링 때문이다.
조작이 쉽고 가속성능이 뛰어난 차가 핸들링까지 완벽하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아무리 급한 커브길을 만나도 좀처럼 차선을 벗어날 일이 없다. 저속에서는 물론이고 어느 정도 속도를 올려도 정교함은 마찬가지다. ‘자로 잰 듯한 핸들링’이란 표현은 GTD에 정확하게 어울리는 말이다.
이런 핸들링이 가능한 이유는 작고 단단한 차체와 조화를 이룬 첨단 기술력 때문이다. 프로그레시브 스티어링(Progressive Steering)은 작은 조작만으로도 차의 진행 방향을 쉽게 바꾸는 역할을 한다. 또한 진화한 XDS플러스(전자식 디퍼런셜 룩) 시스템은 코너링에서 마찰력이 낮은 경우 안쪽 휠에 제동력을 추가해 언더스티어를 방지하고 차가 코너를 쉽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링크를 적용했다. #복합연비 16.1km/l로 수준급 골프를 말하면서 연비를 빼놓을 수는 없다. 신형 GTD는 최초로 폴크스바겐의 친환경 기술인 블루모션 테크놀로지를 접목해 1리터당 16.1km(복합연비 기준)를 실현했다. 고속도로와 도심을 6대4의 비율로 200km가량 달린 뒤 측정한 실제연비는 14.7km/l 내외였다. 급한 가감속과 거친 시험주행을 감안할 때 나쁘지 않은 수치다. 정체가 심한 도심 주행에서는 오토스톱앤드스타트 기능이 연료를 절약해준다. 국내 판매가격은 424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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