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패션기업 H&M은 계열 브랜드인 ‘코스(COS)’를 한국시장에 선보인다고 올해 초 발표했다. 그런데 아직도 한국에서 판매한 제품이 하나도 없다. 1호 매장을 제2롯데월드 저층부의 쇼핑몰로 정한 것이 문제였다. 코스 관계자는 “5월에 문을 열 줄 알고 해외에서 여름 옷을 들여왔는데 이제는 창고에 그대로 쌓여 있다”며 “가을 옷이라도 팔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3일 서울시가 제2롯데월드 저층부의 임시개장 승인을 보류한 이후 장사할 날만 하염없이 기다리던 입점업체 1000여 곳은 망연자실한 상태다. 인테리어도 다 해놓고, 사람도 뽑았는데 장사를 못하니 답답한 것이다.
서울시는 6일부터 16일까지(추석인 8일은 제외) ‘프리 오픈’을 통해 시민들이 직접 제2롯데월드 저층부를 돌아보게 한 뒤 이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개장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시민들이 볼 수 있는 것은 인테리어 공사를 하다만 텅 빈 매장뿐이다. 2시간 동안 50∼80명이 썰렁한 건물을 둘러보고 어떻게 교통대란 방지책과 건물의 안전성 여부를 평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문가들이 근본적인 안전검증을 하려면 6개월에서 1년이 걸린다. 결국 서울시가 안전을 보증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결정을 시민들에게 떠넘기고 책임을 면하겠다는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사실 제2롯데월드 저층부가 다 지어질 때까지 서울시는 뭘 했나 싶다. 박원순 시장은 4월 세월호 참사로 안전 이슈가 떠오르고, 잠실 일대에 싱크홀이 발견돼 여론이 악화되고 나서야 급하게 시민자문단을 만들었다. 시민들이 가장 알고 싶어 하는 석촌호수 수위 저하와 관련해서는 7월에야 외부 용역을 발주했다. 그 결과는 내년 5월에 나온다.
또 서울시는 롯데 측에 개장 승인 조건으로 82개 보완대책을 요구하는 와중에 주변 주민의 민원으로 인한 도로공사비 추가 부담 요구를 슬쩍 넣었다. 지하화 구간 500m의 공사비만 롯데가 부담하면 된다는 애초의 약속과 다른 것이었다. 롯데는 울며 겨자 먹기로 올림픽도로 하부도로의 지하화 구간 비용 400억 원을 추가 부담하기로 했다. 이후 서울시내 관련 부서들도 모두 ‘적합’ 의견을 냈지만 그래도 여론이 부담되자 서울시는 아무도 듣도 보도 못한 초유의 ‘프리 오픈’ 카드를 꺼낸 것이다.
한 입점업체 관계자는 “추석 대목까지 놓쳤으니 올해 장사는 포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정치적 시간 끌기’로 먹고살아야 할 입점업체들만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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