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삼성SDS에 이어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 상장도 앞당기기로 했다. 제일모직은 이번 주 후반경 한국거래소에 정식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접수할 예정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14일 “상장 당시 시장 상황을 고려해야겠지만 현재로선 삼성SDS를 11월 중순, 제일모직을 12월 중순에 각각 순차적으로 상장시키는 것을 내부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삼성SDS가 12월, 제일모직이 내년 1월 중 상장하려던 일정보다 한 달가량씩 앞당겨진 셈이다.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의 ‘이재용 부회장 체제’ 구축을 위한 후계구도 정리가 예상보다 빠르게 가시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제일모직은 지난달 예비심사신청서를 낸 삼성SDS와 마찬가지로 ‘패스트트랙’ 제도를 적용받게 된다. 상장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패스트트랙은 상장 심사기간을 기존 45영업일에서 20영업일로 줄여 일정을 한 달가량 앞당기는 효과가 있다.
상장 초읽기에 들어간 두 회사는 시장의 기대치를 반영해 기업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25일 개장한 장외거래시장(K-OTC)에서 23만8000원으로 출발한 삼성SDS의 주가는 현재 30만 원 정도까지 올랐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SDS 주가가 추후 최고 40만 원에서 50만 원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SDS의 장외거래가 상승으로 순식간에 국내 주식 부자 순위 6위에 오른 이 부회장은 삼성SDS 상장으로 벌게 될 차익을 상당 부분 상속세 마련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삼성SDS 지분 11.25%를 갖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사회적 시선을 고려해 주식 전량을 팔지는 못할 것”이라며 “현금 마련 차원에서 일부 팔거나 주식으로 상속세를 납부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제일모직은 삼성그룹 순환출자 구조의 정점에 있는 계열사인 만큼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 강화 차원에서 상장이 추진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재원 마련 차원보다는 주식 25.1%로 회사의 최대 주주인 이 부회장이 상장을 계기로 계열사들에 대한 경영권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향후 승계 작업이 본격화할 경우에 대비해 기업가치를 미리 투명하게 평가받겠다는 의지도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매년 12월 초 이뤄지는 삼성그룹 사장단 및 임원 인사 시점과 내용도 두 회사의 상장과 맞물려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이 최근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 전반에 수익률 제고 방안을 마련해 보고할 것을 주문한 상황이어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은 분주한 4분기(10∼12월)를 준비하는 모습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직접 계열사별로 사업성을 챙기고 있어 초긴장 상태”라며 “굵직굵직한 사업재편 및 구조조정이 인사에 어떻게 반영될 것인지가 현재 그룹 내 초미의 관심사”라고 전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