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한국전력 본사 부지 입찰 마감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삼성그룹은 최소 5조 원 이상을 적어내야 낙찰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공시지가 1조4837억 원, 감정평가액 3조3346억 원을 훨씬 뛰어넘는 액수다. 수익성을 따지는 삼성그룹이 5조 원 이상을 낙찰가로 보는 만큼 건물을 새로 짓는 비용과 기부액 등을 포함하면 전체 프로젝트 비용은 최소 10조 원 가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전이 매각 공고를 낸 지난달 29일 곧장 인수전 참여 의사를 밝힌 현대자동차그룹과 달리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삼성그룹은 막판에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에 정통한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게임에 들어온다는 소문만 돌아도 가격이 필요 이상으로 뛰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수익성을 반드시 고려하되 입찰에서 꼭 이길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다만 삼성그룹은 2007년 삼성물산이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을 8조 원에 따냈다가 결국 포기했던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만큼 단순히 현대차를 이기기 위해 무리한 액수를 적어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얼마나 근소한 차이로 부지를 따내느냐가 삼성그룹이 고민하는 부분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해당 부지를 단순히 계열사들만 입주시키는 업무단지로 조성할 경우 수익이 8조 원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개발비용을 10조 원으로 가정할 경우 2조 원 적자가 나는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17일 입찰 마감 전까지 이사회를 열어 한전 부지 인수 참여를 결의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에선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가 컨소시엄을 만들어 입찰에 참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의 참여 여부가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인수 및 개발을 위한 컨소시엄에서 금융사나 사모펀드(PEF) 등 재무적 투자자(FI)는 끌어들이지 않고 계열사 자금으로만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서울에 있는 그룹 계열사가 30개에 직원이 1만8000명에 이르지만 현재 강남 서초구 헌릉로 본사의 수용인원이 약 5000명에 그친다. 현대차는 한전 부지를 인수하면 자동차 테마파크, 업무시설, 한류 공연장 등을 한데 갖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설립할 계획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GBC를 반드시 추진하라”고 강조한 만큼 현대차가 입찰에서 얼마를 써낼지는 정 회장의 결단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전은 본사 부지 매각 대금을 전액 부채 감축에 사용할 계획이다. 한전은 자산 매각 등을 통해 당초 2017년 70조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던 부채 규모를 64조5000억 원 수준으로 감축하기로 한 바 있다. 한전은 본사 부지와 계열사 지분 등을 매각해 최소 5조3000억 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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