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소년 급제’ 남이장군과 ‘노름꾼 애국지사’ 김용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8일 03시 00분


《 현대는 변화가 빠르고 혼란스럽다. 요즘은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덜 중요한지 헷갈릴 정도다. 이런 시대에 생존해야 하는 현대인들은 마음의 중심을 잡는 것조차 쉽지 않다. 하지만 마음의 중심을 제대로 잡지 않으면 가까운 미래에 온전한 삶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대표는 저서 ‘하늘을 품어라’에서 고전인 논어와 주역을 통해 현대인들이 인생에서 꼭 알아야 할 3가지 주요 덕목을 소개하고 있다. 한마디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라는 얘기다.

먼저 겸손해야 한다. 인간은 별다른 고생을 겪지 않고 출세하면 자신이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착각한다. 잘난 체를 하다가 갑작스럽게 어려움을 겪고 몰락하기 일쑤다. 조선시대 남이 장군(1441∼1468년)이 여기에 해당되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로열패밀리의 일원이었다. 태종 이방원의 넷째 딸 정선공주의 손자다. 남이 장군의 할아버지는 태종의 사위 의산군 남휘다. 약관의 나이에는 무과에 장원급제했다. 집안이 좋은 데다 머리까지 뛰어났다. 그는 1467년 이시애의 난을 진압하고 이후 여진족 정벌에서도 큰 공을 세운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스물여덟의 나이에 병조판서에 오른다. 눈부신 출세의 길을 달렸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었다. 세상이 달라졌다. 새 임금인 예종은 왕권 강화를 위해 공신들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평소 사람들 앞에 나서기 좋아하고 겸손하지 못한 남이 장군은 곧 표적이 됐다. 남이에 대해 경계심을 갖고 있던 예종은 남이 장군을 좌천시킨다. 문제는 좌천된 뒤에도 지나치게 자신감을 보였다는 점이다. 몸을 낮추고 겸손의 자세로 군주의 경계를 풀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결국 모함을 받고 역모죄로 목숨을 잃는다. 인간은 실력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실력이 높아질수록 겸손해야 한다. 겸손하지 않으면 사람들의 시기와 질투를 사면서 불행한 일을 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희생도 현대인들이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이다. 학봉 김성일 선생의 집안은 대대로 의병을 많이 배출한 것으로 유명하다. 학봉은 1592년 10월 진주대첩을 승리로 이끈 인물이다. 그의 후손 중 하나가 일제강점기 때 노름으로 종택까지 날린 파락호 김용환(1887∼1946년)이다. 김용환은 종가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전답과 종택 등 현재 시가로 280억 원이 넘는 돈을 노름판에서 날렸다. 일제강점기 내내 노름꾼으로 불렸다. 하지만 그가 실제로 노름판에서 돈을 날린 게 아니다. 가산을 탕진하는 것처럼 위장해서 독립운동 자금을 만든 것이다. 그는 일제 감시를 벗어나기 위해 철저하게 자신을 노름꾼으로 위장했다. 얼마나 완벽했는지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는 1946년 숨질 때까지도 이런 사실을 함구했다. 광복 50주년이 되던 1995년 김용환 선생은 건국훈장을 추서받는다. 파락호가 애국지사로 바뀐 것이다. 이게 바로 희생정신이다. 나라를 위해 온전히 자신의 인생을 바쳤다. 그런데 자신을 희생하고 버려야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 또 인간은 예절에 힘써야 한다. 예절이 필요한 이유는 바로 ‘더불어 사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예절은 교통법규와 같다. 빨간 신호등은 건너지 말라는 의미다. 만약 내가 급하다는 이유로 빨간 신호등을 무시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단기적으로 해당 인사에게는 이익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구성원들이 규범을 무시하는 사회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또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면 훗날 화가 자신에게 되돌아올 수도 있다. 그래서 항상 예절로 다른 사람을 대해야 한다. 특히 공자는 모든 예절과 덕의 출발은 효도라고 했다. 부모에 대한 효도의 마음을 주변으로 확대하는 게 바로 예절이라는 얘기다. 효도의 마음을 스승과 친구, 동료 등으로 넓혀 여러 사람과 두루두루 잘 지낼 수 있게 하는 방법이 바로 예절인 것이다. 감사의 마음으로 타인을 대하는데, 자신의 마음을 모두 행동으로 나타낼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정한 게 바로 예절이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다른 사람들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반대인 경우가 더 많다. 사실 우리 자신이 모든 문제의 원인일 수 있다. 또 우리가 쉽게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사람도 우리 자신밖에 없다. 잃어버린 예의를 되찾고 잘나갈수록 겸손하며 후대를 위해 희생을 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야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남이장군#김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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