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춧가루 뿌리고 계란 던지고… 난장판 된 쌀관세율 당정협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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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농회원 13명 의원식당 난입 “쌀개방 정부 규탄” 40분간 항의
정부, 쌀관세율 513% 확정… 10월부터 WTO와 본격 협상

국회가 다시 한 번 폭력으로 얼룩졌다. 대화보다는 힘을 앞세워서라도 자신의 목소리를 관철해 보겠다는 농민단체 회원들이 국회에 난입해 난장판으로 만든 것이다.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합리적 절차를 무시하는 이익단체의 ‘떼쓰기’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8일 오전 7시 30분 국회 의원회관 2층 의원식당에서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부의 당정 협의에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등 회원 13명이 기습적으로 들이닥쳤다.

당시 이동필 농림부 장관 등 농림부 간부들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 농해수위 소속 여당 의원들이 아침식사를 하며 쌀 수입 관세화와 내년도 예산안 등 농림부의 주요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이들은 ‘쌀 개방 추진 박근혜 정부 규탄’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나타나 “지금 밥이 넘어가느냐”고 욕설을 하며 식탁을 뒤엎고, 계란과 고춧가루를 던졌다. 김무성 대표가 “예의부터 지켜라. 나한테 언제든지 면담 신청을 하라”며 큰소리로 퇴장을 요구했지만 전농 회원들은 “(관세율이 513% 밑으로 내려가지 않게 하겠다는) 장관 약속을 받고 가겠다”며 맞고함을 쳤다.

결국 국회 방호원들이 출동해 몸싸움 끝에 전농 회원들을 밖으로 끌어내면서 소란은 40여 분 만에 일단락됐다.

김 대표는 당정 협의가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이런 폭력이 난무하고 질서를 파괴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일이 더이상 발생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이들이 통합진보당 오병윤 의원실을 통해 출입 절차를 밟고 들어갔다”고 밝혔지만 오 의원 측은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 국회사무처는 전농 회원들을 공동주거침입 등의 혐의로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내년 쌀 시장 전면 개방 이후 수입쌀에 적용할 관세율을 513%로 확정했다. 다음 달부터는 세계무역기구(WTO)와 본격적인 협상에 착수한다.

이 관세율을 적용하면 80kg 쌀 한 가마당 수입 가격은 미국산의 경우 38만8049원(2013년 평균가격 6만3308원), 중국산은 52만2134원(〃 8만5177원)이 된다. 국내산 산지 쌀값이 16만∼17만 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중국산 쌀값이 국내산의 약 3배가 되는 셈이다. 정부는 이달 중 국회에 쌀 관세율을 보고하고 관련 내용을 WTO에 통보한 뒤 10월부터 WTO의 검증을 받는다.

정부는 수입물량이 과거 3년간 평균치의 5% 이상 초과하면 특별긴급관세(SSG)를 발동할 근거를 마련했다. 앞으로 체결할 모든 자유무역협정(FTA)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에서 쌀을 양허(관세 폐지·축소)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또 정부는 쌀 시장 개방에 따른 국내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쌀 고정직불금 단가를 ha당 9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인상하고 국산쌀과 수입쌀의 혼합 판매 및 유통을 금지하기로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수현 대변인은 “야당과 농민을 제외한 채 일방적으로 쌀 관세율을 확정한 것은 식량 주권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관세율 결정 과정을 비난했다. 하지만 농해수위 새정치연합 간사인 유성엽 의원은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쌀 관세율을 513%로 정한 것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장택동 will71@donga.com·김유영·한상준 기자
#국회#쌀관세율#쌀 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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