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100년 대계’… 한전 부지 10조원 베팅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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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가의 3배 금액 써내 낙찰… 삼성은 4조6000억대 입찰한듯



현대자동차그룹이 감정가의 3배가 넘는 거액을 입찰가로 써내 한국전력 본사 땅을 손에 넣었다. 한국전력 본사 땅은 서울 강남권의 마지막 남은 금싸라기 땅으로 꼽힌다.

한전은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본사 터의 입찰 결과 현대차그룹 컨소시엄을 최종 낙찰자로 선정했다고 18일 밝혔다. 낙찰 금액은 당초 예상을 크게 뛰어넘은 10조5500억 원으로 감정가인 3조3346억 원의 3배 수준이다.

3.3m²당 가격은 4억3880만 원. 지금까지 전국 최고금액인 2억5410만 원(서울 중구 명동 상권의 상업용지·개별공시지가 기준)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다. 서울시에 대한 기부까지 고려하면 현대차가 매입한 땅의 3.3m²당 가격은 7억 원대에 이를 수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100년 앞을 내다보고 한전 터를 ‘한국판 아우토슈타트’로 조성할 계획이다. 아우토슈타트는 폴크스바겐이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통합사옥과 자동차 테마파크, 호텔 등으로 꾸민 독일 10대 관광명소 중 하나다. 현대차그룹은 이곳에 연간 10만여 명의 외국인 방문객을 유치하면 1조3000억 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개발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서울 강남권의 업무·상업 중심축이 강남역 인근에서 삼성동과 잠실 일대로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통합사옥을 지으면 연간 2400억 원에 이르는 계열사들의 임차료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데다 서울 강남권 부동산 가격이 연평균 9%씩 상승하고 있어 10∼20년 후를 감안할 때 미래가치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전 터 매입과 개발 과정에 모두 15조 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주식시장 등에서는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현대차 주가는 전날보다 9.17% 하락했으며, 함께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아자동차와 현대모비스도 각각 7.80%와 7.89%씩 하락했다. 3개사의 이날 하루 동안 시가총액 손실액은 8조3351억 원.

한편 이번 입찰에서 현대차와 함께 경합한 삼성전자는 4조6000억 원대의 입찰가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세진 mint4a@donga.com / 세종=문병기 / 김재영 기자
#현대자동차#한전 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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