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각국 대표단은 물론이고 민간 기업과 학계 관계자들이 모두 모이는 ‘ICT 올림픽’입니다. 올해 부산 전권회의 개최로 한국은 ICT를 통한 미래 혁신의 글로벌 허브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글로벌 ICT 정책의 수장인 하마둔 투레 ITU 사무총장(55)은 다음 달 20일 부산에서 개최될 ‘2014 ITU 전권회의’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 중 한 명이다. 2007년 1월 ITU 사무총장에 오른 뒤 한 차례 연임한 그는 부산에서 새 사무총장이 선출되면 자리를 내놓게 된다. 투레 사무총장은 2010년 멕시코 과달라하라 전권회의의 성공적 개최 등 ICT 세계화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부산 전권회의를 꼭 한 달 남겨둔 20일 투레 사무총장이 본보와의 서면 인터뷰에 응했다. ○ 사물인터넷 시대 열린다
투레 사무총장은 이번 ITU 전권회의의 핵심 이슈로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개막’을 꼽았다. 그는 “2010년 과달라하라 전권회의가 ‘정보사회’의 무대를 연 뒤 휴대전화 보급률과 인터넷 이용 인구가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했다”며 “부산 전권회의는 이를 바탕으로 사람과 기기가 광범위하게 연결되는 ‘지식사회’와 IoT 시대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IoT 시대의 대표적 선두주자는 웨어러블 기기다. 투레 사무총장은 “의료기기나 개인 안전 부문에서 웨어러블 기술은 가장 흥미롭고 잠재력이 큰 분야”라며 “아이들의 안전을 보장할 유아용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추적 재킷과 수술용 로봇기술 등은 사람들에게 큰 혜택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IoT는 인류가 상상할 수 없었던 수준으로 세상을 상호 연결하고 있다”며 “ICT는 교육 보건 교통 등 사회적 분야에서도 다양한 가치를 만들어 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기술의 부작용 해결에도 머리 맞대야
투레 사무총장은 기술 발전이 수반하는 여러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투레 사무총장은 “IoT를 통한 연결사회는 개인 사생활 측면에서는 유례없는 수준의 리스크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며 “사회적 이슈에 관한 논의 없이는 새로운 기술 증진을 추구할 수 없다”고 전제했다. 그는 “2014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법안에서 ‘잊혀질 권리’를 언급한 것은 공공 온라인 정책이 크게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며 “미래 세대를 위한 안전한 온라인 환경은 물론이고 장애인 접근성 강화, 온라인 아동보호 등을 위한 글로벌 협력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투레 사무총장은 이 때문에 ITU 같은 국제기구의 역할이 더 커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ITU는 모든 회원국이 인터넷 보안, 개인 정보 보호 등의 사이버 위협에 맞설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올해 부산 전권회의는 이런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토론하고 합의할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 인터넷의 개방성 지지
미국 ‘에드워드 스노든 사건’ 등이 촉발한 인터넷 거버넌스 이슈와 관련해 투레 사무총장의 입장은 단호했다. 그는 “ICT 정책의 집행 권한은 각 국가의 주권 영역 내에 있지만 ITU는 항상 인터넷의 개방성을 지지해 왔다”며 “ITU의 기본적 입장은 ‘인터넷은 누구나 접근할 권리를 갖는 공공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레 사무총장은 “인터넷은 국제 자원이기 때문에 인터넷 거버넌스는 국제적 중요성을 갖는다”며 “인터넷이 개방적 포용적 안정적이기 위해서는 모든 국가의 이해관계자가 ITU가 제공하는 협조적이고 합의에 기반한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굳은 믿음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레 사무총장은 아프리카 말리 출신으로 말리 우편통신청 국제위성국, 국제전기통신위성기구(INTELSAT), 국제 위성기업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등에서 일하다 1998년 ITU에 합류했다. 그는 ITU 사무총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가장 보람 있었던 성과로 “ICT 분야의 여성 권익 향상과 온라인 아동보호에 관한 새 결의들을 채택한 일”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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