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11시 반 경기 정부과천청사 1동 8층의 정보화 전산교육장. 몇몇이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점심시간을 활용해 교육을 받으러 온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화전략국 직원들과 강연을 맡을 이영한 선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일행이었다. 다른 장소에서 도시락을 먹은 미래부 직원들도 하나둘 교육장에 모였다. 낮 12시가 조금 못 돼 시작된 교육의 주제는 ‘정보통신기술(ICT) 역량 강화를 위한 모바일 앱 특강’.
이날 교육은 ‘엠비즈메이커(m-Bizmaker)’ 라는 프로그램을 활용해 직접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앱·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이 교수는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자신의 스마트폰에 직접 만든 앱을 하나씩 설치하도록 하는 게 오늘 교육의 목표”라고 했다. 정보기술(IT) 개발자나 창업자들의 전유물로만 여겼던 앱을 직접 만든다는 생각에 공무원들은 다소 긴장한 듯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앱 개발은 생각보다 훨씬 간단했다. 50대 공무원들도 ‘스마트 미래’라고 이름을 붙인 검색 기반 주소록 앱의 모양을 제법 그럴듯하게 만들어갔다. 교육 참여자들은 “재밌다” “IT가 이렇게 가깝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이제야 IT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는 등의 소감을 전했다.
미래부 정보화전략국 소속 40명은 4일과 18일 20명씩 나눠 이 교육을 이수했다. 강성주 정보화전략국장도 4일 교육에 참석해 90분만에 일정관리 앱을 하나 만들었다.
공무원들이 갑자기 앱 개발에 나선 까닭은 뭘까. 강 국장은 “미래부는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소프트웨어(SW) 중심사회 구현’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있다”며 “정책을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실천을 해보자는 차원에서 이번 교육을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미래부는 원하는 직원에 한해 올 하반기(7∼12월) 전 부서로 앱 개발 교육을 확대할 방침이다.
반가운 일이다. 정부가 내놓는 정책이 실패하는 주요 이유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탁상공론’ 속에 정책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미래부 공무원들이 앱 하나씩을 만든다고 당장 훌륭한 창조경제 정책들이 쏟아져 나올 리는 없다.
하지만 이런 교육은 공무원들에게 SW기업이나 창업 벤처들의 입장과 현실을 한 번이라도 더 떠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국내에는 공무원들이 고심 끝에 개발한 앱보다 적어도 수천 배는 복잡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밤을 지새우지만 월급은 쥐꼬리만 한 IT업계 종사자가 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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