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금호타이어, 한국 제치고 4승 질주… 슈퍼클래스 정상 한발 앞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3일 03시 00분


[석동빈 기자의 DRIVEN]슈퍼6000 클래스 6차전

엑스타레이싱팀 이데 유지 선수가 운전하는 레이싱카가 서킷을 질주하고 있다. CJ슈퍼레이스 제공
엑스타레이싱팀 이데 유지 선수가 운전하는 레이싱카가 서킷을 질주하고 있다. CJ슈퍼레이스 제공
공정한 경쟁은 아름답다.

하지만 경쟁의 극한을 달리는 레이싱에서 정작 타이어 회사 간의 경쟁은 최근 보기 힘들었다. 포뮬러원(F1)을 비롯한 주요 경기들이 공식 지정 타이어 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공식 지정 타이어 제도가 보편화한 것은 대회를 주최하는 프로모터 입장에서는 타이어를 단독 공급하는 회사로부터 거액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고, 타이어 회사 입장에서는 불확실한 우승 경쟁을 피해 단독으로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안정적인 기회를 가지면서 동시에 레이싱 타이어 개발비도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타이어는 레이싱카의 성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0%에 이를 정도로 큰 변수지만 이런 이유로 경쟁이 줄어들면서 관전 재미도 반감됐다.

그런데 모터스포츠 불모지인 국내에서 타이어 회사 간의 흥미진진한 경쟁이 다시 시작됐다. CJ슈퍼레이스의 슈퍼6000 클래스에서 국내 양대 타이어 회사인 금호타이어와 한국타이어가 치열한 자존심 경쟁을 벌이고 있어 모터스포츠 팬들은 크게 환영하고 있다.

금호타이어의 기선제압

금호타이어가 올해 CJ슈퍼레이스에서 벌어진 타이어 회사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1차전에서 금호타이어가 우승한 뒤 곧이어 2차전에선 한국타이어가 우승했다. 이후 우승을 주고받으며 5차전까지 금호 3승, 한국 2승의 팽팽한 대결을 이어갔다.

하지만 13일 강원 태백레이싱파크에서 열린 6차전에서 번갈아 우승했던 균형을 깨고 금호타이어를 장착한 슈퍼6000 경주차들은 1∼4위를 휩쓸며 2연승을 거뒀다.

이로써 금호타이어는 올해 펼쳐진 6차례의 슈퍼6000 경기 중 4승을 차지해 2승인 한국타이어를 앞서고 있다. 남은 2차례 경기에서 1승만 더 올리면 타이어 부문 챔피언이 확정된다. 반면 한국타이어는 남은 경기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해 4 대 4 무승부를 이루겠다는 필승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타이어 회사는 레이싱 타이어가 기술력이 집약된 제품이어서 자사 타이어를 사용한 팀이 우승을 하면 회사 이미지와 매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타이어 회사 오너들이 직접 경기장을 방문해 선수들을 격려하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13일 태백레이싱파크에서 열린 6차전에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과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이 찾았다.

박세창 부사장은 “현재의 성적에 자만하지 말고 타이어 준비 잘해서 남은 경기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주문했다.

13일 강원 태백레이싱파크에서 열린 CJ슈퍼레이스 슈퍼6000 클래스 6차전에서 금호타이어를 사용한 선수 3명이 나란히 시상대에 섰다. 왼쪽부터 2위 이데 유지, 1위 김의수, 3위 황진우 선수.
13일 강원 태백레이싱파크에서 열린 CJ슈퍼레이스 슈퍼6000 클래스 6차전에서 금호타이어를 사용한 선수 3명이 나란히 시상대에 섰다. 왼쪽부터 2위 이데 유지, 1위 김의수, 3위 황진우 선수.
최고를 향한 경쟁

슈퍼6000 클래스는 슈퍼레이스의 최상위 클래스로 배기량 6200cc 8기통의 고출력 스톡카(Stock car) 경주로 430마력, 최고시속 300km를 낼 수 있는 ‘능력자’다. 이 때문에 타이어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진다. 고출력에 초고속을 버텨내야 하기 때문에 타이어의 접지력과 내구성은 경기의 승패를 가르는 데 중요한 요소다.

금호타이어는 슈퍼6000 클래스 참가 팀 중 엑스타레이싱팀과 CJ레이싱팀에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엑스타레이싱팀은 금호타이어가 직접 운영하는 팀으로 올해 처음 창단됐고 일본 F1 드라이버 출신인 이데 유지와 김진표, 정의철 등 3명의 선수가 활약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아틀라스BX레이싱팀과 팀106 등에 타이어를 공급한다.

금호타이어가 올해 초 처음으로 레이싱팀을 만들고 그동안 한국타이어가 장악하고 있던 슈퍼6000 클래스에 도전장을 던졌을 때 전문가들은 고전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한국타이어는 오랫동안 레이싱팀을 운영하면서 많은 경험을 쌓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호타이어는 한국 일본 중국 등 3개국의 다양한 서킷을 순회하며 경기가 진행되는 것을 감안해 서킷별 전용 타이어 22종류를 개발해 공급했다.

레이싱 타이어는 중량에도 민감하다. 타이어가 가벼울수록 기록은 빨라진다. 금호타이어는 신재료와 신공법을 사용해 2012년에 공급했던 타이어보다 2013년 버전은 중량을 약 11% 줄였고 2014년에는 다시 7% 중량 감소를 추가로 이뤄냈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금호타이어를 채택한 CJ레이싱팀은 현재 팀포인트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고성능 타이어 경쟁

레이싱 타이어를 통해 축적된 기술은 곧바로 승용차용 고성능 타이어 개발로 이어진다. 금호타이어는 최근 500마력 이상 슈퍼카와 고성능 차량에 최적화된 ‘엑스타 PS91’을 시장에 내놓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제품은 시속 300km 이상의 속도에서도 안정적인 내구력과 주행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S-UHP(Super Ultra High Performance)급.

레이싱 타이어 제조 기술을 적용해 고속 주행 안정성과 코너링 능력을 대폭 강화해 페라리와 람보르기니 등 슈퍼카뿐만 아니라 고성능 수입차를 소유하고 있는 튜닝 마니아들에게 인정을 받고 있다.

서킷을 자주 찾는 열혈 마니아들을 위해서는 ‘엑스타 V720’을 준비했다. V720은 서킷에서 최상의 성능을 발휘하는 포뮬러 테크놀로지가 적용돼 실제 레이싱에서 성능을 입증했다. V720은 현재 ‘엑스타 V720 클래스’ 및 ‘엑스타 슈퍼챌린지’에서 공식 타이어로 활약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정부에서 튜닝산업을 미래 성장동력 산업으로 선정했고, 운전의 즐거움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크게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해 다양한 고성능 타이어를 계속 개발해나갈 계획이다.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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