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현대카드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젝트’
고유의 문화와 특색 담아 시설-메뉴 재정비
매출 30% 넘게 상승… 점포도 38곳 늘어나
‘쪽박을 대박으로 뻥뻥 튀겨낸 대박 맛있는 뻥튀기.’ 강원도와 현대카드는 봉평장 상인들의 스토리가 담긴 미니간판과 명함을 제작해 상인들에게 제공했다. 현대카드 제공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븟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중에서)
이효석의 단편소설 속 주인공 허생원은 나귀를 타고 팔도의 장을 떠도는 장돌뱅이다. ‘메밀꽃 필 무렵’은 하룻밤 정을 나누고 헤어진 처녀를 잊지 못해 해마다 메밀꽃 필 무렵 봉평장을 찾는 허생원의 이야기다. 봉평장이 처음 열렸다는 400년 전처럼 이맘때 강원 평창군 봉평에는 하얀 메밀꽃이 흐드러진다. 하지만 1970년대 영동고속도로 개통 이후 많은 사람이 외지로 빠져나간 탓에 북적이던 장터는 조금 한산해졌다. 5일장이 열리는 매 2, 7일마다 100여 개의 점포가 열리고 100명이 넘는 상인이 분주히 손님을 맞지만 과거의 생동감을 되찾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봉평장이 활기를 되찾았다. 강원도와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이하 현대카드)이 지난해 3월부터 준비한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젝트’ 덕분이다. 이 프로젝트는 ‘정겨움과 즐거움을 나누는 장(場)’이란 시장의 본래 기능을 되찾고, 고유의 전통과 색깔로 자체 경쟁력을 높여 시장과 지역사회를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다. 봉평장이 지속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키기 위한 개발’에 나선 것이다.
강원도와 현대카드는 전통시장이 가진 ‘스토리’를 적극 활용했다. 봉평장에는 대를 이어 터줏대감을 자처하는 상회, 60년째 문을 연 이불가게 등 다양한 사연을 간직한 상인들이 있다. 현대카드는 디자인 분야의 강점을 활용해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문구와 실제 사진, 연락처가 담긴 미니간판과 명함을 제작했다. 또 특산물인 메밀을 활용해 특급호텔 출신 조리장들이 직접 개발한 호떡, 부꾸미, 피자 등의 요리법을 상인들에게 전수해 전통시장의 특색을 살리도록 했다.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 시장 환경도 개선했다. 한눈에 상품을 보고 고를 수 있도록 고객의 눈높이에 맞게 판매대를 디자인하고, 천막도 판매 품목(농산물, 수산물, 먹거리, 의류, 잡화)이 구별되도록 5가지 색상으로 나눠 제작했다.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젝트는 성공적이었다. 현대카드에 따르면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 3개월 만인 지난달 봉평장의 매출은 30% 이상 상승했고 방문객도 3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인들의 만족도도 높아져 114개였던 점포가 3개월 새 152개로 늘었다. 강원도는 봉평장을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젝트’의 기준으로 삼아 도내 50여 개 전통시장에도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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