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보통신기술(ICT)의 흐름을 이끄는 한국에서 창업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아카마이의 톰 레이턴 최고경영자(CEO·사진)는 17일 이렇게 말했다. 소비자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는 ‘기술기반 스타트업 1세대’로 세계 IT업계의 유명 인사 중 하나다. 인터넷 붐이 한창이던 1990년대 후반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수학교수였던 레이턴 CEO는 네트워크 콘텐츠를 빠르게 전송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한 뒤 학생들과 함께 창업했다. 이후 아카마이는 연평균 30%의 고성장을 거듭했고 현재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절반 가까이를 책임지는 글로벌 기업이 됐다. 지난해 매출액은 15억8000만 달러(약 1조6500억 원)이며 100여 개국에 15만여 대의 서버를 설치해 인터넷 트래픽을 관리한다. 동아일보는 최근 사업차 방한한 그를 만나 한국 스타트 업계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레이턴 CEO는 “한국은 한류 게임 등과 같은 콘텐츠, 삼성전자 등으로 대표되는 디바이스 제조, ICT 인프라까지 3박자를 모두 갖춘 시장”이라며 “구글, 이스라엘 요즈마그룹 등 글로벌 기업들이 스타트업 센터를 세우고 펀드를 조성하는 등 한국 시장에 과감한 투자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가 개척한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Contents Delivery Network) 영역은 오늘날 전 세계 인터넷 사업자에게 필수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인터넷상에서 영상 음악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원활하게 즐길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레이턴 CEO는 “1990년대 후반 창업 당시 IT업계는 격변기였다. 현재는 미디어 소비 방식이 PC에서 모바일로 이동하는 또 한 번의 격변기이며 이 과정에서 수많은 창업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실제 올해 열린 브라질 월드컵은 ‘모바일 월드컵’이라 불릴 정도로 인터넷 콘텐츠 소비의 무게중심이 PC에서 모바일로 이동한 첫 스포츠 이벤트로 기록됐다.
아카마이는 소프트웨어,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정부기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고객사와 협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네이버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주요 고객이다. 최근 들어 아카마이는 CDN뿐 아니라 클라우드와 보안 등에 이르기까지 사업영역을 넓히며 도전을 계속 하고 있다. 그는 “진짜 많은 일을 할 각오와 아이디어가 있다면 포기하지 말라. 부정적인 말에도 귀 기울이지만 ‘내 생각이 맞다’는 믿음이 조금이라도 남는다면 도전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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