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사. 김한조 외환은행장은 아무리 두드려도 묵묵부답인 노동조합 사무실을 겸연쩍게 바라보다 발길을 돌렸다. 하나은행과의 조기 통합 문제를 협의하자며 노조를 방문했지만 노조 측의 거부로 ‘문전박대’를 당했다.
같은 날 오후 4시 같은 장소에서는 정반대 상황이 펼쳐졌다. 총회 참석 직원에 대한 징계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사측을 기다리던 노조 집행부는 은행장 등 경영진의 빈자리만 확인했다.
하나은행과의 조기 통합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외환은행 노사가 제대로 된 대화 한 번 하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조는 조기 통합을 논의하자는 사측의 대화 제의를 거부하면서 징계 철회 문제만 논의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반면 사측은 징계 철회에 앞서 조기 통합을 먼저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 행장은 지난달 노조 사무실을 세 차례 찾은 데 이어 22, 23일에도 노조 사무실 문을 두드렸지만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23일에는 임직원 가족에게 편지도 보냈다. 김 행장은 편지에서 “한 번도 합병을 경험하지 못한 우리 직원들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걱정과 불안이 있을 수 있다”며 “조기 통합으로 인해 인사상 불이익이나 고용 안정이 악화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적극적인 설득에 나섰다.
외환은행 노조는 징계 철회가 선행돼야 조기 통합에 대한 논의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징계 철회와 관련해 ‘노사협의회’를 열자며 경영진에 공문을 보냈지만 경영진이 불참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외환은행 인사위원회는 24일 총회 참석 직원 898명에 대한 징계 심의 결과 50∼60명은 중징계, 나머지 850여 명은 경징계 처분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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